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밀리지 않고 있다.

때론 이재명 경기지사보다 더 강한 면모까지 보이면서 본선 경쟁력을 중점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윤 전 총장에 견줄 때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낙연 윤석열과 양자대결 선방, 이재명 윤석열 견줘 안정감 때문인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누르는 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캠프 분위기가 한껏 고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조사에선 이 지사를 앞서는 결과까지 나왔다.

여론 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10일 내놓은 8월1주차 대선후보 양자대결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45%, 윤 전 총장은 42.6%로 집계됐다.

반면 이 지사는 41.8%를 얻어 윤 전 총장의 41.3%와 비슷했다.

이 조사는 아시아경제 의뢰로 7~8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이 전 대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여론 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이날 내놓은 가상 양자대결 조사를 보면 이 전 대표는 38.2%, 최 전 원장은 31.2%였다.

반면 이 지사는 36.4%, 최 전 원장은 33.1%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쿠키뉴스 의뢰를 받아 7~9일 전국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여야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살펴보면 이 전 대표는 20%대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며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뒤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은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양자대결로 펼쳐질 것이라는 점에서 가상 양자대결은 정치적 의미가 더욱 크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분석이 나온다.

먼저 이 전 대표가 연륜과 안정감을 갖췄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TV토론 등을 통해 안정감과 차분함을 강조했다. 메타버스 등 가상현실에서 2030세대와 접점을 넓히고 전국을 돌며 정책행보를 진행하면서도 이런 모습을 지켜왔다.

당내 최대 경쟁자인 이 지사의 돌출 발언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말도 있다. 이 지사의 돌출발언으로 이 전 대표의 안정감이 더욱 부각됐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에 견출 때 이 전 대표의 안장감은 더욱 힘을 발휘한다.

윤 전 총장은 '120시간 노동', '민란', '후쿠시마 원전', '부마항쟁' 등 잇다른 말실수로 불안정한 모습을 여실없이 드러냈다. 국민으힘에 입당한 이후 '반문재인' 외에 국가 운영의 경륜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가상 양자대결이 주관식 문제가 아니라 두 사람이라는 선택지 가운데 한 사람을 고른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불안한 모습에 견줘 이 전 대표의 안정감과 경륜이 돋보인다는 시선이 많다. 당내 경선에서 2위에 머물고 있지만 상대편의 윤 전 총장이 그를 돕고 있다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안정감이 있고 다방면으로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본선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 같다”며 “반면 이 지사는 일을 잘하고 행정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과거 형수욕설이나 실언 등 지도자로서 본선 경쟁력에 관한 의구심이 일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은 결국 두 사람의 싸움이고 누가 누구 옆에 있느냐에 따라 후보가 더 빛이 나는 사례들이 많다"며 "노무현 대통령 선거 때도 이회창 후보의 엘리트 이미지에 노무현 후보의 서민 이미지가 더욱 빛났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내 경선에서도 이런 가상 양자대결의 결과를 강조하고 있다. 본선 경쟁력에서 이 지사보다 더 우세하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경선은 본선 경쟁력이 핵심적인 결정 요인이다. 민주당 당원들은 본선에서 이길 후보를 뽑아왔다. 

이 지사의 형수욕설 논란을 다시 꺼내며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에 강한 의문도 제기했다.

설훈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낙연을 지지하는 분들의 32% 정도가 이재명 후보로 합쳐지면 지지하지 못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며 "역대 이런 현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이낙연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어 “이분들이 이재명 후보의 욕설을 들었을텐데 그 욕설을 듣고 난 뒤에는 도저히 '난 지지 못하겠다' 하신 분이 3분의 1 가까이 되는 것 아닌가"며 "그분들을 내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확실한 자신이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반면 이 지사 쪽은 이런 가상대결 결과가 본선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친문 지지층의 아직 이 지사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 쪽 민주당 관계자는 “여전히 과거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나타났던 이 지사와 친문 지지층 사이의 앙금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이 지사보다 이 전 대표가 더 많이 흡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