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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월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내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를 앞세워 쿠팡을 대상으로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정 부회장은 쿠팡에 30대 여성을 빼앗기는 현상황을 방치하면 이마트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염려했다.
정 부회장은 쿠팡이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지금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이 쿠팡을 상대로 벌이는 전면전에서 어떤 결과를 얻어낼지 주목된다.
◆ 정용진, 최저가전쟁 끝장 볼까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단기간의 이마트 매출 상승에 만족하지 않고 최저가전쟁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지난달 18일 기저귀를 시작으로 분유와 여성위생용품(생리대)으로 최저가품목을 계속 늘리고 있다.
이마트의 최저가전쟁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마트가 최저가전쟁을 선포한 이후 매장에서 기저귀 판매량은 282%, 분유 판매량은 131%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파급력은 더욱 컸다.
이마트 온라인쇼핑몰인 이마트몰의 기저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4%나 늘었고 분유 역시 394% 증가했다. 이마트몰의 1일 평균 주문건수는 36% 늘었고 매출도 35%가량 증가했다.
이마트가 최저가품목을 더 늘린다면 정기적으로 소비하지만 부피가 크고 무거운 품목들이 최우선 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가 전쟁의 품목은 생수나 세제, 샴푸, 휴지, 커피믹스, 물티슈 등 생활필수품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용진, 왜 쿠팡 공격하나
이마트가 벌이고 있는 ‘최저가전쟁’은 이마트의 핵심 고객층인 30대 여성을 쿠팡에 빼앗기고 있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쿠팡이 적자를 보면서도 30대 여성 고객이 주로 사는 몇몇 상품을 활용해 관련 유아용품은 물론이고 신선식품까지 고객을 가져갔다”며 “우리는 왜 대응을 안 하고 방관했는가”라고 질책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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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이마트는 지난해 기저귀와 분유 매출에서 2014년보다 각각 26.3%, 27.9% 감소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쿠팡 등 소셜커머스업체가 30대 여성을 목표로 역마진을 감수하며 최저가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기저귀나 분유, 생리대 등은 자주 소모되지만 부피와 무게가 커 소량구매가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품목이다.
대형마트는 30대 여성들이 이 제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마트에 방문하면서 다른 제품까지 구매했다.
그러나 쿠팡은 기저귀나 분유 등을 일종의 ‘미끼상품’으로 내놓으며 30대 여성층을 소셜커머스 플랫폼으로 끌어들였다. 쿠팡 역시 30대 여성이 사이트를 방문해 다른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 정용진, 깊은 위기감 느껴
이마트는 신세계그룹이 1993년 설립한 국내 최초의 대형마트 체인이다.
외국의 대형마트는 교외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는 도심 속 대형마트라는 개념을 선보이며 젊은 주부들의 발길을 재래시장에서 이마트로 옮기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마트는 서울 도봉구 창동에 1호점을 연 이후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에서 현재 17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몇 년 동안 매출이 정체돼 있고 영업이익은 계속 줄고 있다.
이마트의 매출을 보면 2013년 13조353억 원, 2015년 13조6399억 원으로 정체다. 영업이익은 2013년 7351억 원, 2015년 5037억 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마트의 정체는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53조9340억 원으로 2014년보다 19.1%나 늘며 대형마트의 판매액(48조6350억 원)을 처음으로 앞섰다. 반면 이마트의 점포당 매출은 2011년보다 평균 40억 원이나 감소했다.
온라인쇼핑의 성장은 쿠팡 등 소셜커머스업체가 이끌고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집계결과 소셜커머스시장은 2011년 79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8조 원 규모로 5년 만에 10배나 커졌다.
20여 년 전 이마트와 재래시장의 관계가 이제 이마트와 쿠팡 관계로 바뀐 셈이다.
◆ 정용진의 공격, 성공할까
이마트의 총공세는 정용진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자금위기설이 나도는 현시점에서 쿠팡의 기세를 꺾어놓아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쿠팡의 성장을 계속 방치하면 이마트가 20년 전 재래시장 꼴이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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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 대표가 11월3일 기자간담회에서 1조5천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
더욱이 쿠팡이 지난해 4천억 원 안팎의 적자를 낸 만큼 이마트가 총공세를 펼칠 경우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이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1조 원 이상을 투자받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쿠팡이 올해 투자자들이 만족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규투자가 어려워져 손실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해 11월 “2017년까지 1조5천억 원을 투자해 일자리 4만 개를 만들고 2017년까지 물류센터도 21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마트 직원은 계약직을 포함해 3만 명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유통망이 확대되면 이마트가 그동안 구축한 생태계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박 연구원은 “쿠팡은 국내에서 지난해 온라인 유통시장점유율이 5.6%에 불과해 이마트가 펼치는 총공세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