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대신증권 라임펀드 관련 배상비율을 결정했지만 대신증권과 피해자 사이 원만한 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피해자들은 배상안을 놓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 100% 보상을 받기 위해 재조정을 신청하거나 대신증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라임펀드 배상안에 피해자 반발, '사기'라는 태도 그대로

▲ 금융감독원 로고.


29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라임펀드 관련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조정안을 수락하고 배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지만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데 부담을 안게 됐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의 결정문을 받지 못했다"며 "결정문을 받으면 내부협의 과정을 거친 뒤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면 이사회에서 배상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이날 대신증권의 라임펀드 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해 투자자 1명의 손해배상비율을 80%로 결정했다.

이번 분쟁조정위 결과는 대표사례를 제외하고 개별 피해자들의 피해보상 산정기준이 된다.

따라서 분쟁조정위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개별 피해자 건은 40~80%의 비율로 자율조정하게 된다.

80% 손해배상비율은 기존 라임펀드 판매사 가운데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앞서 KB증권은 60%, 우리·신한·하나은행은 55%, 기업·부산은행은 50%로 각각 기본배상비율이 정해졌으며 검사·제재 등을 통해 부당권유 사실이 확정됐다면 10%가 가산됐다.

하지만 라임펀드 피해자 축은 지속적으로 계약취소에 따른 100% 보장을 주장해왔던 만큼 이번 배상안을 놓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 라임사기 피해자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장 전 센터장 관련 재판 결과 국내 최초로 대신증권 사기판매에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인정했으나 금감원은 사법부가 인정한 것보다도 좁게 보고 엉터리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라임사기 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금감원은 대신증권 측이 내세운 논리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는 "분쟁조정위가 연기돼 100% 보상 결정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 금감원에 배신당한 기분"이라며 "이번 조정안이 승락돼 투자자별로 개별조정에 들어가면 80% 배상비율에서 가감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있으나 최대한도를 80%로 정해 가(+)는 안되고 감(-)만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라임펀드 손해배상 관련 분쟁조정위는 앞서 13일에 열렸다가 대신증권과 피해자들의 주장 대립과 법률적 쟁점 등으로 한 차례 연기돼 28일에 다시 개최됐다.

분쟁조정위에서는 불완전판매를 적용할지, 혹은 계약취소를 적용할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신증권 측은 불완전판매를 주장한 반면 피해자 측은 민법 제110조에 따른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일 논의를 거쳐 분쟁조정위는 대신증권 라임펀드 판매사례에 계약취소가 아닌 불완전판매를 적용하기로 하고 손해배상비율을 산정했다.

계약취소를 적용할 수 있을지를 놓고 논의를 진행했으나 계약취소를 적용하기에는 피해자 측의 입증이 부족했다고 본 것이다.

민법상 사기가 성립하려면 사기적 부정거래에서 나아가 '거짓설명으로 판매가 이뤄졌고 거짓설명에 속아서 이를 믿고 샀다는 점'과 관련해 추가적 입증이 필요한데 분쟁조정위 위원들은 피해자들의 제출한 자료로는 입증이 불충분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분쟁조정위는 대신증권의 라임펀드 기본배상비율을 기본비율 50%에 공통가산비율 30%포인트를 더해 80%로 책정했다.

본점인 대신증권 측의 책임에 해당하는 공통가산비율 30%포인트는 모든 개별 피해자들의 사례에 적용된다.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부당권유 금지 위반 행위에 따른 기본비율 50%는 장 전 센터장의 형사판결문에서 부정거래·부당권유로 피해입은 것으로 밝혀진 개별 투자자에만 적용된다.

분쟁조정위 결정은 조정안 접수 뒤 20일 이내에 대신증권과 피해자가 모두 수락해야 조정이 성립돼 효력이 발생한다.

피해자들은 조정결렬을 선택한 뒤 대신증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대신증권이나 금감원이 입장을 바꿔 100% 보상안을 검토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앞서 IBK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는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부당권유 금지원칙 위반항목이 누락됐음을 이유로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거부했다. 이후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재조정을 신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진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