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증권시장 입성절차를 순조롭게 밟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5월 상장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골드만삭스를 선정한 뒤 올해 안에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오늘Who] 현대엔지니어링 국내외 다 좋아, 김창학 상장작업 착착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29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패스트트랙(우량기업 심사 간소화)요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11월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패스트트랙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계속성' 심사를 면제해 심사기간을 기존 45일에서 20일로 줄여주는 제도다.

현대엔지니어링은 6월부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감사인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 지정감사는 상장 예정법인의 필수적 사항으로 기업공개(IPO)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지정감사는 개별 자유수임 형태의 외부감사보다 엄격한 감사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이번 감사는 2021년 반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오는 8월까지 진행된다.

김 사장은 8월1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액면분할에 관한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주식 액면분할은 주식가격을 낮추고 거래량을 늘려 유동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120만 원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액면분할을 통해 주당 가격을 낮추고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당가격이 높은 기업은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주당 가격을 낮춰서 유통 주식수를 늘리고 투자자를 다양화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물론 주식 액면분할이 기업가치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다만 그만큼 김 사장이 기업공개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김 사장은 상장 준비절차를 순조롭게 이끌면서도 해외와 국내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김 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변화와 혁신은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해 계속될 것이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과 고도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해외에서 잇따라 프로젝트를 따내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유럽과 러시아시장은 높은 기술력을 지닌 선진 엔지니어링회사가 많아 진입장벽이 높은데 여기서 성과를 내고 있다.

김사장은 5월24일 폴란드 푸오츠크에서 ‘폴란드 PKN 올레핀 확장공사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5월 말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북서쪽 120㎞ 지역에 위치한 마조프셰주 푸오츠크 석유화학단지에서 생산된 나프타를 분해해 연간 74만 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플랜트를 세우는 사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프로젝트에서 스페인 기업 TR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관사로 참여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율은 55%로 전체 공사비 2조7천억 원 가운데 1조5천억 원가량이 현대엔지니어링 몫이다.

김 사장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량과 생산량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에서도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6월14일 러시아 오렌부르그주에서 러시아 민간석유기업 노비포톡이 발주한 1천억 원 규모 가스처리시설의 EPC(설계·조달·시공)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러시아에서 EPC계약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사장이 공을 들였던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도 재입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2020년 12월 이 프로젝트를 취소했지만 7월8일 프로젝트 범위를 조정한 뒤 기업들에게 수정된 제안서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자푸라 가스전 프로젝트에서 가장 규모가 큰 패키지2(15억 달러)와 패키지3(5억 달러)에 입찰했다. 

특히 패키지2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이탈리아 건설회사 사이펜 컨소시엄에 각각 참여했다. 수주를 놓고 김 사장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도시정비사업 수주 1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상반기에 8765억 원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했는데 1418억 원 규모 경기도 안산시 팔곡1동 1구역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면 도시정비사업 수주 1조 원을 달성하게 된다. 

팔곡1동 1구역 재건축조합은 17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미뤄지게 됐다. 다만 31일에 총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이 단독입찰해 수주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팔곡1동 사업을 수주하면 올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첫 단독수주가 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상반기에 5건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했는데 모두 컨소시엄의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김 사장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과 부산 대연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해외와 국내사업 모두 성과를 내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면서도 상장에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