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에서 디젤차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시장이 호황을 맞은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회사들은 올해 유로6 기준에 맞춘 디젤 신차를 내놓는다. 앞으로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늘어나는 디젤차 라인업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회사들은 디젤 신차를 속속 출시하며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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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GM '크루즈 디젤'. |
한국GM은 3월 ‘속삭이는 디젤(Whisper Diesel)'이라는 별명을 지닌 준중형세단 ’크루즈 디젤‘을 출시한다. 한국GM은 현재 크루즈 디젤의 사전계약을 받고 있다.
크루즈 디젤은 별명에서 드러나듯 조용한 주행을 자랑한다. 크루즈 디젤은 4기통 1.6CDTi 엔진과 GM의 전륜구동차량 전용 6단 자동변속기를 갖췄다.
한국GM은 크루즈 디젤에 이어 중형SUV인 캡티바의 부분변경모델을 내놓는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중형세단 SM6의 디젤모델을 올해 안에 출시하기로 했다. SM6는 사전계약을 시작한 뒤 한 달만에 1만 대가 넘게 계약됐다.
르노삼성차는 유로6를 충족하는 QM5의 새 모델도 올해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소형SUV 티볼리의 차체를 늘린 ‘티볼리에어’를 8일 출시한다. 티볼리는 가솔린모델과 디젤모델이 모두 나왔으나 티볼리에어는 디젤모델만 판매된다.
기아자동차는 ‘정의선 차’로 잘 알려진 대형SUV 모하비의 부분변경모델인 ‘더 뉴 모하비’를 최근 내놓았다. 기아차는 더 뉴 모하비에 국산 SUV 가운데 유일하게 3.0리터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8년 만에 나온 부분변경모델인 만큼 관심도 뜨겁다.
자동차회사들이 디젤 라인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그만큼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디젤차는 국내시장에서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폴크스바겐 사태 이후에도 판매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디젤차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96만2127대가 팔려 전체 판매량의 52.5%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디젤차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수입차에서도 디젤차가 잘 팔렸다.
지난해 폴크스바겐 사태 직후인 10월 수입 디젤차 판매량이 바닥을 찍었지만 곧 회복했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디젤차의 비율은 68%였다.
올해도 국산차나 수입차 가리지 않고 디젤차의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국산자동차 판매량 상위권에 싼타페와 쏘렌토, 스포티지 등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지난 1월 등록된 수입차 가운데 디젤차는 68.4%를 차지해 지난해 디젤차의 점유율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 SUV 흥행이 디젤차 인기 이끌어
국내시장에서 디젤차 판매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는 SUV의 판매량 증가가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UV 차종은 디젤차의 비율이 다른 차종에 비해 높다. 지난해 국내판매 순위에서 10위 안에 든 싼타페와 쏘렌토는 출시된 모델이 디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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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 '티볼리 에어'. |
지난해 내수에서 SUV와 미니밴 등을 합한 RV(레저용 차량)의 판매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5사의 RV는 모두 54만5천여 대가 팔려 전체 승용차 판매의 41.1%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SUV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연스럽게 디젤차의 판매량도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소비자들이 폴크스바겐 사태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 점도 디젤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폴크스바겐 사태 직후인 10월 국내에서 폴크스바겐의 판매량과 점유율은 급격히 낮아졌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60개월 무이자할부 등 공격적 프로모션을 시작한 11월 판매량과 점유율 모두 수입차회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모델은 디젤차인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가운데 7명이 폴크스바겐의 국내 입지에 대해 사건 전후 별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 조사에서 10명 가운데 6명은 프로모션이 좋을 경우 폴크스바겐 차량 구입을 한번쯤 고려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