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음악서비스 플로가 자체제작 오디오콘텐츠를 앞세워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 공략에 힘을 싣는다.
2030세대는 음악서비스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소비자층인데 최근 유튜브뮤직,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이 새로운 선택지로 부각되면서 기업들 사이 이용자 유치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0일 음원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들어 한국 음악서비스시장에서 유튜브뮤직 등 글로벌 플랫폼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음악 스트리밍서비스는 해당 국가의 음원 확보가 중요하다는 시장의 특성 때문에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자본력을 앞세워 장악한 동영상분야와 달리 해외기업들이 침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상황이 바뀌고 있다. 토종기업들이 누려왔던 이동통신사 제휴의 후광효과도 줄어들고 있다.
SK텔레콤 플로는 토종서비스 가운데서는 후발주자로 2020년만 해도 한 해 동안 이용자 수가 60% 넘게 늘어나며 한국 음악서비스시장 터줏대감인 멜론, 지니뮤직과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장 2위 지니뮤직을 바짝 뒤쫓던 ‘다크호스’ 자리를 유튜브뮤직에 내주고 점유율 4위로 내려앉았다.
플로는 2018년 12월 론칭한 올해 출범 4년차 서비스로 한국 음악서비스시장에서 점유율을 한창 늘려가야 하는 단계다.
게다가 플로를 운영하는 SK텔레콤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는 올해 1분기 2015년 4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내며 본격적 성장궤도에 올라서려는 참이었다.
플로는 앞서 업계 최초로 실시간 인기 음악차트를 과감히 폐지하고 각 이용자의 취향을 중심에 둔 개인화 추천을 내세워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유뷰브뮤직 등의 도전으로 이런 차별화 전략이 다시 한 번 절실해졌다.
플로는 그 해답을 음악 음원 외 오디오 콘텐츠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디오 콘텐츠는 10대부터 30대,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는 팟캐스트, 오디오북 등과 같이 귀로 듣는 콘텐츠를 말한다.
오디오계의 유튜브로 불리는 오디오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에 따르면 18~34세 이용자의 비중이 전체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 자체분석에서도 음원을 제외한 오디오 콘텐츠 이용자의 60%가 1030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동영상과 달리 들으면서 다른 일도 병행할 수 있다는 점, 동영상과 비교해 콘텐츠 제작이 쉬워 이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점이 인기요인으로 꼽힌다. 즉각적이고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고 소비자가 곧 콘텐츠 공급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이미 한국시장에 진출한 스포티파이도 일찍부터 팟캐스트기업에 투자하는 등 오디오 콘텐츠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에서도 올해 팟캐스트 등 오디오 콘텐츠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플로는 오디오 콘텐츠분야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잘 아는 토종기업의 강점을 발휘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플로는 올해 들어 팟캐스트, 오디오북, 뉴스레터 등 분야 기업들과 함께하는 협업을 통해 콘텐츠 제공을 본격화했다. 나아가 오디오 콘텐츠 제작, 아티스트 발굴 등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플로는 회사 내부에 콘텐츠제작팀 ‘스튜디오플로’도 꾸려 자체 콘텐츠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플로는 자체제작 콘텐츠 강화를 위해 3년 동안 모두 2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플로는 이미 밀레니얼세대가 많이 구독하는 팟캐스트인 ‘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팀과 함께 콘텐츠 ‘케이팝으로 읽는 MZ 유니버스’를 비롯한 다양한 자체제작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푼라디오와 MZ세대를 겨냥한 음악토크쇼도 시작했다.
여기서 나아가 7월에는 영화감독 장항준씨와 손잡고 오디오 드라마 형태의 콘텐츠로 영역을 넓혔다.
플로는 3부작 오디오 드라마 극본 공모전을 진행했고 8월 중순 플랫폼에서 완성작을 공개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유튜브뮤직은 2021년 5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361만6천 명으로 2020년 5월(171만1천 명)에서 1년 사이 2배 넘게 급증했다.
반면 플로는 같은 기간 이용자 수가 298만3천 명으로 2020년 5월(301만1천 명)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해 6월 기준 활성 이용자 수는 유튜브뮤직이 375만 명, 플로는 299만 명 수준으로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음악서비스시장의 주력 소비자층인 20~30대 젊은 이용자들이 유튜브뮤직 선호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유튜브뮤직의 성장세는 더욱 위협적이다.
유튜브뮤직은 유튜브 플랫폼과 연계돼 댓글로 소통이 활발한 점,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을 구독하면 유튜브뮤직 서비스는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젊은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세계 오디오콘텐츠시장이 2019년 22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735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플로 관계자는 “콘텐츠 편수와 공개시점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자체제작 오디오 콘텐츠 제작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