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위한 ‘명분’ 찾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면서 정권교체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모으면서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나면서 입당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처음으로 정면 비판하면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념에 취해 국민의식을 갈라치고 고통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며 “
이재명 지사 등의 언행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와 외교에 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국제사회와 연대하겠다”며 “상식을 파괴하는 세력이 더 이상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지사가 1일 '대한민국이 정부 수립단계에서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유지하지 않았느냐.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6월29일 사실상 대통령선거 도전의 출사표를 던졌지만 X파일 논란과 장모 구속 등 잇딴 악재가 겹치면서 컨벤션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이 지사와 접전을 펼치거나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오히려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다음 대통령 적합도’ 조사를 보면 이 지사 26.5%, 윤 전 총장 25%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후보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이 지사가 44.7%로 윤 전 총장(36.7%)을 앞섰다.
이 여론조사는 6월30일~7월2일 사흘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글로벌리서치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이 지사를 직접 공격한 것을 두고 국면전환에서 더 나아가 국민의힘 입당을 위한 명분 만들기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 지사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까지 함께 비판하면서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동시에 국민의힘 입당 정당성을 만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을 겨냥해 “대한민국을 잘못된 이념을 추종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다”며 “시장을 부정하는 주택정책과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이 모두 잘못된 이념에 취해 나온 것이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국민의힘 관계자와 잇따라 만나는 '스킨십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입당을 촉구하는 '러브콜'을 보낸 것과 달리 최근에는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 양측이 입당에 관해 논의를 하는 형태로 진일보했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3일에는 장외 대선주자 영입업무를 총괄하는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을 만나 큰 틀에서 ‘입당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하태경 의원도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위원장은 "10가지 가운데 9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 한 가지만 같으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국민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말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여전히 '조기입당'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으로서는 대선 경선에 관한 불확실성도 존재하지만 최근 잇딴 악재로 입당 명분을 찾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2일 장모 최모씨가 1심에서 실형을 받고 구속되면서 '정치적 울타리'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입당을 결정하면 자칫 외부 공세를 피하기 위해 서두른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명문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