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건설사 3조원대 입찰담합 또 드러나  
▲ 지난해 12월15일 삼척 LNG 제4생산기지 1단계 공사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3조 원대 입찰비리가 또 터졌다.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하는 공공공사에서 끊임없이 담합하는 건설사들에 대해 비난의 눈초리가 따갑다.
 
정부는 담합 건설사에 과징금과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등 13개 건설사가 LNG생산기지 공사에서 담합을 저지른 혐의를 포착했다.

이 건설사들은 삼척, 평택, 통영 등 LNG생산기지 저장탱크 공사 입찰 때 사전에 투찰가격을 담합했다. 담합 규모는 3조5495억 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1월 이들로부터 담합에 대한 의견서를 받았다. 공정위는 상반기 안에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담합규모가 큰 만큼 과징금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건설업계에서 최대 담합 과징금을 기록한 호남고속철도 담합의 경우 3조5980억 원 규모에 4355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번에도 4천억~5천억 원 수준의 과징금이 예상된다.

지난 1월 SK건설과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임직원들이 1200억 원대 방파제 축조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건설사 담합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정부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다. 특히 담합이 적발된 건설사에 대한 과징금과 입찰제한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과징금은 담합으로 발생한 매출의 10%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 영업적자, 기업회생절차 등을 이유로 이런 저런 감면이 이뤄진다.

지난해 적발된 40건의 담합사건에서 건설사들이 올린 매출은 28조5339억 원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2966억 원으로 매출 대비해 1.04%에 그쳤다. 2014년 부과된 과징금은 매출 대비한 비중이 1.32%였는데 지난해 그 비중이 오히려 낮아졌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제도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대기업 중 입찰제한 처분을 실제로 받은 곳은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조달청을 상대로 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모두 255건이다. 법원은 이 가운데 90%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가처분신청 인용이 내려지면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건설사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정부는 광복70주년 특별사면에서 건설사들의 관급공사 입찰제한 등 행정처분을 해제했다. 여기에는 4대강 담합, 호남고속철도 담합 등에 참여한 대형건설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는 공공공사 입찰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도입했다,.

조달청은 올해부터 기존 최저가낙찰제의 대안으로 종합심사낙찰제를 새로 시행한다. 300억 원 이상의 국가 및 공공기관 발주공사에 대해 입찰금액뿐 아니라 공사수행능력과 사회적책임 등을 반영해 낙찰자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합심사낙찰제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저가낙찰제와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공사 입찰에서 경쟁하는 상위 건설사들 사이에 공사수행능력이 변별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낙찰 여부를 가르는 건 입찰금액”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