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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왼쪽)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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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해외사업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합작법인 형태로 해외에 진출했던 한국와 일본의 롯데그룹 제과 계열사들이 이별수순을 밟고 있다.
두 형제는 향후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과자전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동주 부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제과사업만큼은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제과 계열사들이 합작해 만든 해외법인들의 지분이 속속 정리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합작법인의 지분이 최근 일본롯데로 넘어갔다.
한국 롯데제과는 지난해 12월 일본 롯데와 공동출자해 만든 말레이시아 법인 '롯데말레이시아'의 지분 전량을 일본 롯데에 매각했다. 롯데는 일본 롯데그룹의 핵심계열사로 제과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말레이시아는 원래 한국 롯데제과와 일본 롯데가 각각 지분의 40%와 6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번 매각으로 일본 롯데가 100% 소유하게 됐다.
롯데말레이시아는 2010년 설립됐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가 공동출자했으나 그동안 사업의 주도권은 일본 롯데가 쥐고 있었다. 롯데말레이시아가 주로 취급하는 상품의 상표권을 일본 롯데가 보유하고 있었고 지분도 더 많았다. 한국의 롯데제과는 사업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형식으로 참여했다.
이제 롯데말레이시아는 한국의 롯데제과와 전혀 상관이 없는 법인이 됐다. 롯데말레이시아는 더 이상 한국 롯데제과 상품을 수입해 판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롯데제과는 지난 1월에도 필리핀 법인인 '롯데컨펙셔너리필리피나스‘ 보유 주식 전량을 단돈 100달러에 일본 롯데에 넘겼다. 롯데컨펙셔너리필리피나스는 2009년 전체 자본금의 60%를 일본 롯데가, 나머지 40%는 롯데제과가 출자해 만들었다.
한국 롯데제과 관계자는 “본래 한국 롯데제과는 투자형식으로 해당법인에 출자했을 뿐 운영은 그동안 일본 롯데가 맡아했기 때문에 이번에 지분을 넘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컨펙셔너리필리피나스 역시 롯데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일본 롯데 상표가 붙은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등 일본롯데가 사업을 주도해왔다.
인도네시아법인도 이별의 수순을 밟고 있다. 2011년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 롯데제과는 롯데인도네시아 법인의 지분을 39.6%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2년 7.58%로, 그리고 지난해 1.52%까지 보유 지분율을 줄였다.
두 법인의 결별을 두고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이 제과업을 놓고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해외에서 두 기업이 사실상 경쟁체제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합작법인의 지분정리는 앞으로 경쟁을 위한 교통정리라는 얘기다.
그동안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는 제과사업만큼은 협업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두 법인이 합작을 종료한 것은 범상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제과사업만큼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일본롯데의 각오가 반영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지난해 태국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신동주 부회장은 "일본에서 만든 과자를 해외에 전파하는 것이 일본 롯데의 역할"이라며 "과자 브랜드 전략은 우리가 주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롯데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동남아시장에 합작사를 설립하며 대부분 동반진출했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대만 등에 진출할 때 전체 납입 자본의 40~60%를 일본 롯데가 맡고 한국 롯데제과가 나머지 지분을 맡았다.
롯데그룹의 모태사업은 일본 롯데의 제과사업이다. 주요 제품의 상표권과 기술력은 일본 롯데가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해외진출 초기 양국의 합작은 불가피했다. 일본 롯데가 기술력과 상표권을, 한국 롯데제과가 자본과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어 둘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둘이 함께 설립한 필리핀 법인과 말레이시아 법인의 경우 매년 적자에 허덕여 왔다. 한국 롯데제과는 적자에 허덕이는 합작법인을 정리하면서 최근 주력하고 있는 다른 아시아 지역에 더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롯데제과는 최근 베트남의 비비카, 파키스탄의 콜손, 카자흐스탄의 라하트 등 현지 제과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했다. 롯데제과는 이들 현지업체를 통해 해외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