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상장일정이 꼬이면서 기업가치를 두고 고평가 논란도 나온다.
크래프톤이 공모가를 하향조정하면 이후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들도 공모가 산정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를 심사한 결과 크래프톤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25일 공시했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중요사항에 거짓이 있거나 중요사항이 누락된 경우,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7월14일~15일 이틀 동안 일반투자자 청약을 거친 뒤 7월2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 만큼 상장일정이 뒤로 밀리게 됐다.
금감원이 정정신고서를 요구해 상장일정에 제동이 걸린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산정 근거가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업체 외에 월트디즈니, 닌텐도,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기업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증권신고서가 공시된 이후 이 콘텐츠기업들을 크래프톤의 비교기업에 포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수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글로벌 콘텐츠기업과 비교해 크래프톤이 내세울 만한 지식재산권은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 정도라는 것이다.
글로벌 우량기업을 비교대상에 포함하면서 크래프톤이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높여 잡았다는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적정 시가총액을 35조736억 원으로 산정했는데 비교대상으로 제시한 엔씨소프트(18조 원)와 넷마블(11조)의 시가총액을 큰 차이로 뛰어넘는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45만8천 원~55만7천 원으로 제시했다. 희망범위를 기준으로 계산한 공모규모는 4조6천억 원에서 5조6천억 원 사이가 된다.
크래프톤보다 앞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진단키트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뒤 기업가치 평가액과 공모가 등을 낮추기도 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를 놓고도 코로나19 특수 영향으로 실적이 대폭 늘었지만 지속성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공모규모는 1조~1조3천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정정신고서 제출 뒤 5600억~6500억 원가량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에 이어 크래프톤도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요구를 받은 뒤 기업가치 및 공모가를 낮추게 된다면 이후 상장을 진행하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평가 논란과 금감원의 정정요구를 피하기 위해 적정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낮추게 된다면 그만큼 상장기업이 손에 쥐게 되는 자금도 줄어들게 되는데 기대한 만큼의 자금을 모으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회사들 가운데 상장계획을 철회하는 곳도 나올 수 있다.
공모주시장에 불어온 역대급 훈풍에 힘입어 많은 회사들이 앞다퉈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상장계획을 철회하는 기업이 하나둘 나타나게 되면서 기업공개 열기가 식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크래프톤 외에 올해 안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카카오뱅크, 카오페이, 현대중공업,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한화종합화학 등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