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디지털플랫폼 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의 본거지를 IT산업 중심지인 판교로 옮겨 다른 IT기업 및 신생기업과 활발한 기술 교류를 추진한다.
모바일앱 등 디지털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려면 금융회사의 보수적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개발팀이 독립된 IT기업처럼 운영되고 조직문화도 바꿔내야 한다는 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24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판교 디지털이노베이션휠 연구소를 중심으로 가상현실 기반 ‘메타버스’ 등 다양한 비금융콘텐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이노베이션휠은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말
조용병 회장 직속조직으로 신설한 디지털플랫폼 추진단이 본사와 떨어진 공간에서 일하도록 새로 마련한 사무공간이다.
조 회장은 플랫폼 개발팀이 국내 IT산업 중심지로 꼽히는 판교에서 다른 IT기업들의 조직문화를 닮아가고 교류를 확대하도록 하겠다는 목적을 두고 5월 말에 디지털이노베이션휠을 열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술 혁신도시인 판교의 지역적 특성과 인프라를 살려 다양한 비금융콘텐츠 자체 개발에 힘쓰게 되고 다른 기술기업과 공동개발 등 협업도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플랫폼 개발팀이 판교에 위치한 다른 대형 IT기업 및 신생기업과 원활하게 공동 기술개발 등에 협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넥슨과 카카오모빌리티 등 판교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이미 신한은행 등 계열사와 플랫폼사업 관련된 기술 교류를 진행 중인 만큼 신한금융그룹 차원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플랫폼기업 등을 대상으로 지분투자 또는 인수합병을 실시해 플랫폼 개발 과정에서 외부업체의 기술을 가져와 활용하도록 돕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플랫폼 개발팀은 이런 계획에 맞춰 앞으로 판교지역에서 다양한 기업과 협업 가능성을 탐색하며 이런 과정에서 투자 및 인수합병 대상도 물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신한금융지주는 3월에 플랫폼과 비금융콘텐츠 분야 협업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3천억 원 규모의 전용 펀드도 조성하며 강한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은 핀테크와 같이 금융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술뿐 아니라 게임이나 메타버스, 생활플랫폼 등 비금융콘텐츠 기술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신한금융의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일단 비금융서비스로 충분한 이용자층을 끌어모을 수 있어야 나중에 금융업과 시너지를 내거나 플랫폼을 보유한 IT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개발팀이 판교로 이동하게 된 것도 본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른 IT기업과 더 활발히 교류하며 IT기업과 비슷한 조직문화를 갖춰내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판교는 네이버와 카카오, 게임회사 등 대형 IT기업의 본산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IT분야 신생기업들이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벤처타운으로도 유명하다.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생기업들이 판교에서 신한금융지주 플랫폼 개발팀과 협업할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다.
신한금융은 스퀘어브릿지와 신한퓨처스랩 등 여러 신생기업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유망 신생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신한금융 계열사 및 연구조직과 협업할 수 있도록 연계해주고 있다.
플랫폼 개발팀 운영에 참여할 외부출신 인재 영입도 앞으로 더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조 회장은 그동안 인공지능과 데이터 등 금융업과 연관된 주요 디지털기술을 담당하는 책임자를 외부 IT기업에서 영입하는 사례를 꾸준히 늘려 왔다.
앞으로는 플랫폼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이 디지털플랫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IT기업과 직접적으로 경쟁을 하게 되는 만큼 해당 분야에 충분한 노하우와 경험을 갖추고 있는 인물도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플랫폼 개발조직을 처음 구성하면서 경쟁력 있는 플랫폼 개발이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핵심 과제라며 미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판교 디지털이노베이션휠 연구소 설립을 계기로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조 회장은 디지털이노베이션휠 개소식에서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혁신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