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뺐을까?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정도로는 실익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사업모델이 겹치는 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2일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수익을 당장 크게 거두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인수전 불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지분을 많이 사들여 사업 주도권을 확보한다면 공정위의 규제를 염두에 둬야 한다. 반면 지분을 적게 사들인다면 들어가는 돈에 비해 예상되는 수익이 많지 않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이나 연간매출 3천억 원 이상인 회사가 같은 기간 매출 300억 원 이상인 회사의 주식을 20% 이상 사들인다면 기업결합을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지분을 20% 이상 인수하려 한다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조건으로 판매수수료를 일정 기간 올리지 않는 것 등을 걸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공정위는 2009년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 인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의 이커머스시장 점유율 합계가 36.4%였는데도 3년 동안 판매수수료 동결 등을 지시했다.
네이버는 2020년 기준 이커머스 거래액 28조 원으로 점유율 선두를 차지했다. 이베이코리아는 거래액 20조 원대로 3위에 올랐다.
두 기업의 이커머스 거래액에 신세계그룹 SSG닷컴(3조 원대)까지 합치면 거래액 기준으로 이커머스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서게 된다. 2위 쿠팡보다 2배 이상 점유율이 높다.
네이버는 플랫폼 입점사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판매수수료와 결제수수료를 받는 사업모델을 통해 이커머스분야에서 수익을 올려왔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공정위로부터 판매수수료 동결 등의 지시를 받으면 오히려 네이버의 이커머스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는 셈이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지분을 20% 미만으로 사들일 가능성도 한때 제기됐지만 그렇게 되면 네이버가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온라인쇼핑몰 G마켓과 옥션은 네이버와 비슷한 오픈마켓사업자다. 입점사업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면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얻는 사업방식이 겹친다.
네이버는 최근 CJ대한통운과 협업을 통해 물류역량을 확충하고 신선식품 배송 등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베이코리아가 여기에 걸맞은 물류망이나 상품군을 갖춘 것도 아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가격 추정치가 4조 원대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가 지분을 20% 미만으로 사들인다 해도 수천억 원 이상을 들여야 한다”며 “그 돈을 물류 등에 투자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베이코리아가 쿠팡처럼 직매입 비중이 높거나 플랫폼사업자로서 압도적 트래픽을 창출할 수 있는 곳도 아닌 만큼 네이버가 지분을 일부 쥐게 된다고 해서 얻을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신세계그룹과 협업관계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 역시 이번 결정의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유통망을 활용한 신선식품 배송 등 앞으로 협업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며 “네이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불참이 두 기업의 관계에 딱히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과정의 거래가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3자구도에서 양자구도로 가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신세계그룹과 꾸준히 협력하면서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도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