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SK텔레콤 인적분할로 탄생할 신사업 투자법인을 앞세워 기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박 부회장은 반도체사업 등 SK그룹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지능과 이미지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수대상을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에서 투자법인이 연내 분할됨에 따라 SK그룹의 반도체 관련 인수합병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10월 주주총회를 통해 통신사업 담당 존속법인,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술 투자담당 SK텔레콤신설투자(가칭) 등 2개 법인으로 인적분할된다. 박 부회장은 SK텔레콤신설투자의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박 부회장은 14일 서울 포시즌스서울호텔에서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CEO세미나를 통해 "SK텔레콤신설투자가 앞으로 3년 동안 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특히 그는 “SK하이닉스는 기존 메모리사업을 확장하고 반도체산업에서 혁신적 대체기술 초기단계에서부터 투자를 집행하는 기회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박 부회장이 말한 5조 원은 반도체부문뿐 아니라 커머스, 디지털헬스케어 등 다른 신산업에 관한 모든 투자를 포함한 금액이다.
SK하이닉스가 10조 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결정한 것과 비교하면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수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데는 다소 부족한 규모로 볼 수 있다.
이를 놓고 박 부회장이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 확보를 중심으로 반도체기업 인수합병 전략을 짤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인공지능은 첨단산업에 유용한 최신기술 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소규모 스타트업에 관한 선제적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인수합병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최근 5년 동안 인공지능업체 25곳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인텔도 지난해 인공지능 스타트업 2곳을 잇따라 인수한 바 있다.
최근 SK그룹에서도 반도체와 관련한 인공지능 사업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와 협업해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 반도체 ‘사피온X220’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사피온X220은 데이터센터에 주로 사용되는 반도체인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연산속도가 1.5배 빠르지만 전력 사용량은 80% 더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새로운 반도체를 앞세워 엔비디아, 인텔,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기업 중심의 미래 반도체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반도체기업 등 제조업의 지능화를 지원하는 산업용 인공지능 전문기업 가우스랩스를 출범하기도 했다. 가우스랩스는 점점 더 미세화하는 반도체 공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한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의 신사업인 이미지센서 쪽의 경쟁력을 보충할 수 있는 인수합병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이미지센서가 꼭 필요하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스마트TV 등에도 이미지센서가 점점 더 많이 적용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이지만 최근에는 이미지센서를 새 먹거리로 삼고 반도체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2020년에는 4800만 화소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스마트폰기업의 신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세계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아직 한 자릿수 초반대의 점유율에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니, 삼성전자, 옴니비전 등 기존 강자들의 지위가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신설투자에서 이미지센서 분야에 높은 기술력을 지닌 반도체기업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 부회장은 SK그룹의 대표적 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졌다.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투자,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 인수계약 등 SK하이닉스의 굵직한 투자에 관여했다.
앞으로 SK텔레콤신설투자와 SK하이닉스를 함께 이끌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분야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