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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이혼소송을 두고 흔히 진흙탕싸움이라고 부른다. 서로 치부를 드러내며 상대방에게 아픔을 주고 남는 것은 상처뿐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이혼소송에 휘말리면 이혼의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과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 사장 변호인은 5일 “임우재 고문의 4일 항소인터뷰는 옳지 않은 일”이라며 “부정(父情)이 있다면서 부부사이의 문제에 아이까지 거론하며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임 고문은 지난 4일 1심 이혼판결 항소장을 접수하면서 “편파적 1심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이부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부진 사장은 아들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확보했지만 임 고문은 매달 단 한차례의 면접교섭권만 얻어냈다. 통상 월 2회의 면접교섭권을 얻는 것을 고려해 보면 임 고문 입장에서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는 판결이었다.
임 고문이 밝힌 입장문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일반 대중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임 고문은 “아버님을 비롯한 대부분 친가식구는 아들이 태어나서 면접교섭 허가를 받기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9살이 된 2015년 3월14일에야 첫 만남에서 눈물을 보인 부모님께 큰 불효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임 고문은 “떡볶이와 오뎅, 순대가 누구나 먹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야영을 하며 모닥불 놀이를 하고 텐트에서 하룻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며 “누가 이런 권리를 막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임 고문은 ‘남자 신데렐라’로 불렸다. 임 고문은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이부진 사장은 국내 최대 재벌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딸이었다.
대중들은 임 고문이 결혼생활 내내 겪었을 말 못할 괴로움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국내 최대 재벌가의 사위가 된 그를 부러워했다.
이부진 사장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임 고문과 결혼의 최대 수혜자였다. 이 사장은 결혼에 반대하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친척들을 일일이 방문해서 결혼하게 도와달라고 했고 결국 선택한 남자와 결혼에 성공했다.
대중들은 이 사장의 행동에 칭찬과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부진 사장의 이미지는 삼성가 사람들 가운데 가장 좋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부진 사장이 아들을 데리고 장을 보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 돌았을 때 대중들은 어머니로서 이 사장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 사장이 2014년 이혼소송을 내고 임 고문과 재판을 진행했을 때도 대중들은 이 사장과 임고문을 비난하기보다 신분차이로 인해 그동안 겪었을 각종 어려움들을 생각하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임 고문이 밝힌 내용은 대중들이 이부진 사장에게 품고 있던 이미지가 한낱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할아버지가 친손자가 태어났음에도 9년 동안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재벌가 아이라는 이유로 9살 난 아이가 떡볶이와 오뎅, 순대 등 대한민국 어린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하고 자주 먹는 음식들을 그동안 먹지 못했다는 임 고문의 주장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메르스사태 때 발빠르게 대응했고 면세점사업까지 따내면서 대중들에게 경영자로서 유능하다는 이미지를 충분히 인식시켰다.
그러나 이 사장은 이혼소송을 하면서 아들이 9살 될 때까지 자신의 할아버지에 보여주지 않은 며느리, 떡볶이와 오뎅 등의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어머니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