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기업들이 계속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들이 한국을 최적의 투자처로 꼽는 이유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협업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글로벌 화학기업에게 매력적인 까닭  
▲ 장 피에르 클라마듀 솔베이 CEO
글로벌 화학기업인 솔베이의 장 피에르 클라마듀 CEO는 2일 이화여대 캠퍼스 내 이화솔베이 연구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11년 5월 솔베이 특수화학 사업부문의 글로벌본부를 한국에 설립하는 협력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후 3년 만에 연구센터를 건립한 것이다.

클라마듀는 “솔베이의 세계적 연구센터와 이화여대와 파트너십은 아시아에서 솔베이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중요하다”며 “과학계와 산업계와 산학협력을 확대하고 차별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솔베이는 이화솔베이연구센터를 배터리 소재, 타이어와 자동차 차체용 플라스틱 등 첨단소재 기술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기로 했다.

그는 "우리가 투자를 결정할 때 한국 자체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아시아시장의 좋은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한국이라는 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기회와 우수한 노동력과 우수한 혁신의 능력을 보고 우리가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특수화학분야는 마케팅과 과학기술의 협업이 중요하고 반도체 등 전자소재와 밀접하게 연관됐기 때문에 한국은 가장 최적의 장소"라고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솔베이는 벨기에 종합화학그룹이다. 솔베이는 현재 56개국 117개 지역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에너지 환경 자동차·항공 전기·전자 등의 사업부문에서 지난해 99억40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솔베이는 앞으로 한국 투자를 계속하기로 했다. 클라마듀는 "한국에서 중장기적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2017년까지 1200억 원을 추가투입해 글로벌 규모의 화학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솔베이 외에도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한국의 전자·자동차 회사와 협업하기 위해 연구개발센터를 한국에 잇따라 열고 있다.

세계 1위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는 오는 9월 경기 수원의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 '아태지역 전자소재 연구개발센터'를 연다. 이 연구센터는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발전 등 첨단소재 기술을 연구한다.

바스프는 지난해 아태지역 전자소재 사업본부를 서울에 세웠고 지난달 디스플레이 재료인 유기전자소재 글로벌 영업조직을 독일 본사에서 서울로 옮겼다.

독일의 화학회사 머크는 경기도 평택을 연구 복합단지로 집중 개발하고 있다. 2010년 첨단기술센터와 2011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응용연구개발연구소를 건립했다. 다음해 3월 평택 제2연구소를 연다.

머크는 세계 제2의 제약회사다. 머크는 5월 AZ 일렉트로닉 머티리얼즈를 인수해 아시아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전자소재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화학기업 셀라니즈도 최근 판교에 첨단기술 연구개발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세워졌다. 셀라니즈는 자동차·전자소재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 등을 생산한다. 셀라니즈는 미국 경제주간지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에 속하는 글로벌 화학기업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기업 사빅도 3월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 전기·전자·조명 기술센터를 완공했다.

한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연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주력분야가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소재와 자동차용 플라스틱 소재라는 점이다.

이들 기업의 한국 진출 목적은 한국의 전자·자동차기업에 소재를 납품하고 그들의 소재를 전자제품에 빠르게 응용해 연구측면에서 협업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솔베이의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이다.

사빅 부사장인 티에리 마테른은 “한국의 TV와 스마트폰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국 연구소에서 디자인과 첨단기능을 결합한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머크 대표인 미하엘 그룬트도 “한국은 새로운 소재를 전자제품에 응용하는 연구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여러 아이디어를 삼성과 LG 등 주요 고객사에 빠르게 적용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이 한국을 선택한 또다른 이유는 최대 시장인 중국이 인접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 화학소재시장은 3조 유로에 이르는데 지난해 중국의 비중이 31%였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한국에서 첨단소재를 개발해 중국시장에 적용하기 위한 교두보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우수한 연구인력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도 글로벌 화학기업을 끌어들인 요인이다. 이들 연구개발센터는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우수한 연구인력 확보가 쉽기 때문이다. 미하엘 그룬트 한국머크 대표는 "우수한 인력이 많아 한국은 신기술을 테스트하는 데 가장 적합한 국가"라고 말했다.

  한국이 글로벌 화학기업에게 매력적인 까닭  
▲ 이화 솔베이 연구센터 개관식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