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이사 사장이 규제 변화를 기회로 삼아 신한금융그룹 안에서 중금리대출 공급을 주도하는 역할을 강화하며 성장기회를 바라볼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이 은행과 카드사, 캐피털사와 저축은행 등의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을 일제히 낮추는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고 중금리대출시장 활성화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금융당국에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금융권 중금리대출의 금리상한선을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중금리대출 제도 개선방안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은행과 카드사, 캐피털사,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을 모두 3.5%포인트씩 낮춰 저신용자의 이자상환 부담을 줄이고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추진하는 내용이다.
금리상한선이 낮아지면 자연히 금융회사가 거두는 이자수익이 줄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카드사와 캐피털사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와 같이 여러 계열사를 통해 중금리대출을 공급하던 금융회사는 금리상한이 16%로 비교적 높은 저축은행 계열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악영향을 방어할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부터 그룹 중금리대출 사업라인을 정리해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고 그룹 통합 중금리대출상품 판매채널도 구축해 비대면 영업에 힘써 왔다.
신한캐피탈이 이 과정에서 중금리대출 등 소매금융사업을 중단한 뒤 신한카드에 사업을 매각했고 신한카드도 중금리대출보다 디지털 신사업 등에 더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 방향을 바꿨다.
신한은행은 중금리대출을 대부분 서민금융상품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두기보다 포용금융 등 사회공헌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중심으로 두고 있다.
결국 신한금융그룹 안에서 신한저축은행이 중금리대출 공급을 주도하며 입지를 키우게 된 셈이다.
신한금융 중금리대출 통합플랫폼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등 모든 계열사 모바일앱에서 이용할 수 있어 중금리대출상품을 찾는
고객이 손쉽게 신한저축은행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이희수 사장은 이런 변화에 맞춰 신한저축은행의 디지털 판매채널을 강화하고 비대면 중금리대출상품도 강화하며 적극적으로 고객 확보에 힘쓰고 있다.
중금리대출은 주로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층이 이용하는데 금융회사마다 금리와 한도 등 조건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고객이 적합한 대출상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신한저축은행은 이런 특성을 고려해 신한금융그룹 통합플랫폼뿐 아니라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외부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금리대출상품을 공급하며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 신한저축은행 대표에 오른 뒤 비대면채널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자체 모바일플랫폼 강화와 외부 제휴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내걸었다.
저축은행은 사업 특성상 자본력을 등에 업은 금융지주 계열이 경쟁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저축은행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가운데 부동의 순이익 1위 기업으로 가장 확실한 입지를 갖추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그룹의 성장에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며 신한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중금리대출 실적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그룹 차원에서 꾸준히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신한은행 부행장보로 탁월한 영업능력을 인정받은 이 사장에 신한저축은행 대표를 맡긴 점도 주요 계열사로 거듭나는 신한저축은행을 키우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 사장은 신한은행에서 영업부 부장과 인천본부장, 영업추진2그룹장과 영업그룹장 부행장보 등을 거치며 기업고객과 개인고객 대상 영업에 모두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인천본부장으로 일할 때는 지역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에 주력하면서 중금리대출과 관련한 분야에서 꾸준히 경험과 역량을 쌓았다.
내년부터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금리규제가 시행되면 경쟁력이 낮은 기업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지고 신한금융그룹 중금리대출 공급채널도 신한저축은행으로 일원화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이 사장이 신한저축은행의 성장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다만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유상증자를 통해 몸집을 키우면서 본격적으로 중금리대출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점은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KB저축은행과 하나저축은행도 최근 비대면 중금리대출 판매채널을 강화하는 등 영업 강화에 시동을 걸고 있어 금융지주사들 사이 저축은행계열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사장은 신한저축은행의 차별화를 위해 신한금융그룹 통합플랫폼과 외부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출상품 공급채널을 다변화하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발표하며 “영업기회 발굴 및 사업영역 확장에 특화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어 사업영역을 넓히는 데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