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사업자와 협력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들이 미디어 플랫폼시장뿐 아니라 한국 콘텐츠 제작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도 더는 토종사업자로 자존심만 앞세울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 디즈니 대신 애플TV와 손잡나, 박정호 미디어 아군 절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7일 콘텐츠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SK텔레콤은 애플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애플TV플러스와 콘텐츠 제휴와 관련된 논의가 꽤 진척된 상황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 미디어사업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에 애플TV플러스를 연동하는 서비스 준비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애플TV플러스와 같이 올해 한국시장에 들어오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디즈니플러스가 KT, LG유플러스와 제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애플은 SK텔레콤과 손을 잡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미 넷플릭스와도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애플TV플러스와 협상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와도 경쟁자로 날을 세우게 되면서 미디어콘텐츠사업에서 힘있는 아군이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애플TV플러스는 콘텐츠 경쟁력부분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넷플릭스나 전통적 콘텐츠 강자 디즈니플러스와 비교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애플TV 셋톱박스나 애플TV 애플리케이션(앱) 등 기기와 서비스부분의 자산은 SK브로드밴드가 추구하는 사업방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SK브로드밴드는 2021년 미디어사업부문에서 미디어 이용 행태가 인터넷TV 플랫폼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데 따라 소비자들이 TV 플랫폼에서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게임, 음악 등 다양한 스트리밍 콘텐츠를 이용하게 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애플TV 셋톱박스는 일반TV에서도 다양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와 ESPN, HBO 등 케이블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기기다. 여기에 애플은 화상통화 기능, 페이스타임 카메라, 음악 재생 등 기능을 통합한 신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애플은 또 올해 고성능칩을 탑재해 고해상도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애플TV를 공개할 계획을 세워뒀다.

SK텔레콤은 콘텐츠 제작부분에서도 애플과 협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한국 토종기업으로 한국 소비자들에 이해도가 높을뿐 아니라 미디어사업 등을 펼치면서 쌓아온 데이터자산이 있다. 애플은 글로벌기업으로 자금력 등 부분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견줄 수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4월 사업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애플TV플러스 콘텐츠 개발을 위한 투자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미 애플TV의 한국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면서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 제작계획을 발표하고 한국 유명감독과 배우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미 애플과 사업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SK텔레콤이 올해 서울 홍대거리에 개장한 정보통신기술 체험 공간 ‘T팩토리’에는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공간이 들어섰다.

박 사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친분도 사업제휴를 성사시키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팀 쿡 최고경영자가 2021년도 임원인사에서 SK하이닉스 부회장에 취임한 박 사장에게 승진축하 화분을 보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박 사장은 올해 SK텔레콤의 통신사업과 뉴 ICT사업들을 쪼개 두 회사로 분할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비통신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애초 SK텔레콤의 비상장 자회사들 가운데 기업공개 첫 번째 타자로 꼽혔었는데 2020년 코로나19로 상장 추진을 미뤄뒀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 인적분할 계획에서도 다른 비통신 자회사들과 달리 혼자 통신사업회사 아래 배치됐다. 이를 두고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상장을 서두르기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왔다.

박 사장은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을 겸임하고 있던 2019년 1월 사내행사에서 “고객들이 통신사를 선택할 때 미디어를 크게 고려하게 되면서 SK브로드밴드의 경쟁력이 SK의 ICT계열사들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됐다”며 “홈 기반의 미디어서비스가 SK의 ICT계열사들의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가입자 기준으로 한국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KT 계열이 31.5%, LG유플러스 계열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24.3%로 3위다.

박 사장은 4월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21’ 개막식에서 애플TV플러스 등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부분 제휴 가능성에 관한 물음에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