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주력사업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역량을 자동차 전자장비용 적층세라믹콘덴서 등 고부가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장비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모빌리티 전환의 가속화와 함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 실적 승부처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경계현 역량 집중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4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적층세라믹콘덴서 가격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전자기기의 핵심부품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차원에서 일부 제품의 가격 조정을 진행하고는 있다”면서도 “전반적 가격 인상은 시장의 수급 동향을 더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적층세라믹콘덴서의 공급능력이 점차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삼성전기도 1분기 공장 가동률이 100%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며 일본 무라타제작소나 대만 야게오(아교) 등 경쟁사들은 2분기 들어 제품 가격을 올려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계현 사장이 실적 증가의 길을 제품 가격 인상보다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에서 찾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현재 중국 톈진에 지은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공장의 양산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시범양산을 통해 양산 과정의 안정화를 검증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이 공장은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등 고부가제품 생산에 특화된 공장이다.

경 사장은 스마트폰과 PC, TV 등 기존 전자제품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가격을 유지해 기존 거래선을 더욱 다지는 한편으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에서 실적 증가의 길을 마련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전기는 앞서 4월28일 진행한 2021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반도체 수급상황이 하반기부터 안정화하면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수요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이 전체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가 갈수록 전장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응용분야도 확대되고 있다”며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성장률이 전체 적층세라믹콘덴서 성장률을 크게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신제품도 마련해 뒀다.

이에 앞서 4월 삼성전기는 0402(가로 0.4mm, 세로 0.2mm) 크기, 1uF(마이크로패럿, 전기 용량 단위), 6.3V 정격전압의 적층세라믹콘덴서를 개발했다.

0402크기의 1uF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초소형, 최고용량의 적층세라믹콘덴서로 고성능 정보기기나 전장에 주로 쓰인다.

이 제품은 지금까지 최고 정격전압이 4V에 그쳤다. 6.3V짜리 제품은 삼성전기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기존 전자제품들보다 크기가 큰 전자장비 가동에 쓰이는 만큼 작은 크기를 유지하면서도 용량과 정격전압(전압을 견디는 내구성)이 클수록 좋다.

경 사장은 신공장에 신제품을 더해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할 채비를 마쳐둔 셈이다.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삼성전기의 주력사업부인 컴포넌트사업부의 핵심제품이다.

2020년 삼성전기가 낸 연결기준 매출 8조2090억 원 가운데 컴포넌트사업부가 3조6450억 원을 차지했는데 적층세라믹콘덴서만의 매출이 3조3280억 원에 이르렀다. 사업부 매출의 91%, 전체 매출의 41%가 적층세라믹콘덴서 한 제품에서 나왔다.

경 사장으로서는 적층세라믹콘덴서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길이 삼성전기 실적 증가의 가장 빠른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고부가 제품인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가 사업 수익성 극대화의 열쇠로 보인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높은 성장목표를 수립하고 사업 역량을 집중해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 확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