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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국내 인수합병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이다. 김 회장은 MBK파트너스 설립 10년 만에 무려 6조 원의 자금을 굴리면서 인수합병의 강자로 떠올랐다.
김 회장은 지난해만 해도 코웨이, 네파, 고메다, ING생명 등을 인수하면서 모두 5조 원의 자금을 쏟아붓는 등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다.
김 회장은 세계적 사모투자펀드 칼라일에서 일할 당시 한미은행 거래로 7천억 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면서 ‘아시아 최고의 황금 손’으로 떠올랐다. 이 성공을 기반으로 MBK파트너스를 출범시켰다. ‘MBK’라는 회사이름은 김 회장의 미국 이름인 ‘마이클 병주 김’의 이니셜을 따서 지은 것이다.
김 회장은 최근 시험대에 서 있다.
먼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국세청은 최근 MBK파트너스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은 MBK파트너스의 성장에 불법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김 회장은 또 하반기에 씨앤엠, 테크팩솔루션, HK저축은행 등 2000년 들어 사들인 기업들의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을 사서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바이아웃 능력을 본격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 MBK 특급성장과 국세청 세무조사
국세청은 지난달 20일부터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회계서류 제출을 요구받았다”며 “2009년 이후 5년 만에 진행되는 조사인 만큼 정기조사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2009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2007년 투자금의 4배 이상의 자금을 회수한 한미캐피탈 거래와 관련해 집중조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사모펀드에 대한 조사는 투자된 펀드와 투자자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며 “이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는지, 투자 수익률은 어떤지 등을 면밀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자금은 6조4천억 원으로 국내 사모투자전문회사 중 최대 규모다. 독립 사모투자전문회사로 보고펀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보고펀드의 운용자금은 1조8천억 원 수준에 불과해 선두 MBK파트너스와 큰 격차를 보인다.
MBK파트너스 펀딩에 싱가포르국부펀드, 캐나다공무원연금 등을 비롯해 해외 투자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회사는 이 자금을 국내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막강한 자금 동원력으로 인수합병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코웨이, 네파, 고메다, ING생명보험 인수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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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K파트너스 로고 |
MBK파트너스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서 소비재, 서비스, 금융부문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세계적 사모펀드 전문잡지 PEI는 지난해 MBK파트너스를 ‘아시아 사모펀드 탑4’에 선정하기도 했다.
사모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펀드 투자자와 역외펀드에 대한 납세문제가 업계 이슈로 떠올라 진짜 세무조사 성격에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 1등기업 사들여 ‘더 비싸게’ 되판다
MBK파트너스는 바이아웃의 강자로 불린다. 바이아웃이란 기업을 사서 가치를 키운 뒤 되파는 것으로,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주요 수익창출방법이다. 그러나 MBK파트너스의 바이아웃 전략은 다른 사모투자전문회사와 비교해 남다른 점이 있다.
김 회장은 “우리의 투자원칙은 좋은 회사를 인수해서 더 좋은 회사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어려운 기업을 사들여 좋은 기업으로 전환하는 사모펀드도 있지만 우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업계1위 기업들을 주로 인수해왔다.
김 회장은 2006년 수도권 최대 지점망을 자랑하던 HK저축은행을 시작으로 2007년 대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2008년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 씨앤엠, 2009년 아시아 최대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 그리고 지난해 국내 정수기업계 1위 코웨이 등을 손에 넣었다.
MBK파트너스 바이아웃 전략의 또다른 특징은 한중일 3국의 내수기업에 집중투자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2005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모두 20 기업에 투자했다. 한국, 중국, 일본 기업이 각각 9곳, 5곳, 4곳으로 2:1:1의 비율을 보인다. 나머지 2곳은 대만기업이다.
김 회장은 한중일 3국에 대해 “한국투자 비중이 높은 이유는 가장 역동적이고 바이아웃 잠재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성장하는 단계이고 일본은 너무 보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특히 내수기업을 선호하는 데 대해 “변동성이 큰 수출중심 기업보다 탄탄한 영업조직을 가진 내수기업이 현금 창출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내수기업 중에서 소비재 및 소매, 서비스, IT 및 소프트웨어, 미디어, 금융부문을 특히 선호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바이’만 있고 ‘아웃’은 없다는 평가
김 회장이 투자를 진행한 20곳의 기업 중 6곳의 기업에서 투자회수에 성공했다. 2006년 626억 원에 인수한 한미캐피탈은 불과 1년 뒤 2711억 원에 되팔았다. 자본회수율은 무려 454%에 이르렀다. 이 거래로 김 회장의 MBK파트너스는 일약 바이아웃 강자로 떠올랐다.
그 뒤 거래에서도 높은 자본회수율을 보였다. 차이나네트워크서비스, 루예제약, 갈라TV의 자본회수율은 각각 290%, 183%, 310%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각한 금호렌탈의 자본회수율은 183%, 매각차익은 800억 원 상당이었다. 지난 2011년 2642억 원에 인수한 인보이스를 최근 매각했는데 매각가는 5천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에서 MBK파트너스의 ‘아웃’ 능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한미캐피탈의 경우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지 1년 만에 되팔면서 그 짧은 기간 동안 역량을 발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금호렌탈의 경우 완전매각이 아닌 지분 일부를 매각한 것이라서 바이아웃 사례로 보기가 힘들다고 지적한다.
최근 MBK파트너스가 왕성하게 기업을 인수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에만 코웨이(1조2천억 원), 네파(1조1200억 원), 고메다(6천억 원), ING생명(1조8천억 원) 등을 인수하면서 모두 5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김 회장이 이 회사들의 매각에 실패해 투자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MBK파트너스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김 회장은 최근 MBK파트너스의 기업사냥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그 동안 인수전에서 최고가를 써낸 덕에 업계1위 기업을 손쉽게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ING생명보험 인수전에서 최고가보다 20%가량 낮은 인수가를 써내고도 인수에 성공했다. 비싼 값을 들여 기업을 인수했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악순환을 해소해보고자 시도한 전략적 변화가 먹혀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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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 바이아웃 능력 검증대에 오르다
김 회장의 바이아웃 능력에 대한 검증은 지금부터라는 지적이 나온다.
MBK파트너스가 올해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씨앤엠(2008년 인수), 테크팩솔루션(2008년), HK저축은행(2006년) 등이다. 세 기업 모두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지 최소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의 바이아웃 능력을 검증하기에 제격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초 씨앤엠 매각 의사를 밝혔다. 씨앤엠은 매각가격이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씨앤엠 경영성과도 나쁘지 않다. 2008년 MBK파트너스가 인수할 당시 씨앤엠 매출은 4099억 원이었으나 2012년 6410억 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같은기간 842억 원에서 1318억 원으로 증가했다. 씨앤엠의 성장에 2010년 GS강남방송을 인수해 시너지를 발휘한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씨앤엠 가입자당 영업가치가 2008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며 “씨앤엠이 관심을 끄는 매물은 맞지만 MBK파트너스가 너무 비싼 가격에 인수했던 것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MBK파트너스는 2조 원을 동원할 능력을 지닌 단일 인수후보가 나타나지 않자 투자금 회수를 위해 인수전 참여의사를 밝힌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할매각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산되자 최근 인수 대신 기업공개 쪽으로 선회했다. 회사는 국내 증시보다 주가수익비율이 높은 싱가포르증시에서 기업공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팩솔루션의 경우 매각이 이루어지더라도 MBK파트너스 입장에서 별 재미를 못 볼 가능성이 크다. MBK파트너스는 2008년 테크팩솔루션(당시 두산테크팩)을 두산그룹으로부터 인수하면서 3920억 원을 지불했다.
MBK파트너스는 메릴린치를 매각자문사로 선정해 지난해 11월부터 테크팩솔루션 경영권 매각에 들어갔다. 현재 해외의 전략적 투자자 2곳이 테크팩솔루션을 실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격은 4천억 원대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애초 MBK파트너스가 설정했던 매각가격의 70~80% 수준이다.
세 번째 재매각을 추진중인 HK저축은행의 전망도 밝지 않다. MBK파트너스는 이미 두 번 매각을 추진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2011년 저축은행사태로 매각을 중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지난 2월부터 HK저축은행의 세 번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사들이 매물로 많이 나온 상황이라 인수후보들의 선택 폭이 넓다”며 “HK저축은행의 매각이 이번에도 또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 MBK파트너스와 동의어 김병주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과 동의어로 통한다. 김 회장은 MBK파트너스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직접 치밀한 전략을 짜고 거래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의 성과는 곧 김병주 회장의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회장은 세계적 사모투자펀드 칼라일 재직 시절 한미은행 거래로 7천억 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면서 ‘아시아 최고의 황금 손’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 성공을 기반으로 2005년 칼라일 아시아 멤버들과 MBK파트너스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그는 10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국 동부 해버퍼드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살로먼스미스, 골드만삭스 등에서 일하며 투자경험을 쌓았다. 그뒤 칼라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투자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넷째 사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