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학 기자 jhyoon@businesspost.co.kr2021-04-23 14: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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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놓고 실체가 없는 투기자산으로 바라보는 등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3년 전 비트코인 시세 폭락장세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도 늘어나는 데다 비트코인을 실제 사용하려는 수요도 커져 시세가 하락하더라도 2018년 상황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비트코인 이미지.
23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투자 위험성을 경고하며 비트코인 시세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 시세는 이날 낮 12시23분 기준으로 567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14일 8042만 원을 보인 뒤 단 9일 만에 30%가량 주저앉은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 시세의 급격한 하락세는 2018년을 떠올리게 한다.
2018년 1월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가상화폐거래소에 관한 직접 조사를 강화하고 가상화폐 취급업소 폐쇄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대안을 검토하고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연이어 1월11일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등 강도 높은 규제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비트코인 시세는 가상화폐 투자열풍이 불며 치솟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차갑게 식었다.
비트코인 시세는 2018년 1월7일 2504만3천 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는데 한 달여 만인 2월6일 792만 원으로 급락했다. 시세가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최근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를 놓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은 위원장은 22일 국회정무위원회에서 가상화폐를 놓고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규정하고 가상화폐거래소가 9월에 모두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2018년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은 위원장의 발언만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유통되는 가상화폐 시장이 단번에 주저앉지는 않겠지만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보여질 때마다 가상화폐 시세 하락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앞서 미국 재무부가 가상화폐를 이용한 돈세탁 조사에 나선다는 소문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나돌며 비트코인 시세가 15%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제롬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가상화폐에 관해 부정적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가상화폐 시세는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가상화폐 시세가 국내외 금융당국의 규제 가능성에 하락세를 보이며 시세 전망도 흐려지고 있다.
가상화폐 낙관론자인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는 22일 CNBC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에 거품이 많이 낀 탓에 큰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비트코인이 2만~3만 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가상화폐 비관론자인 스티븐 아이작스 알바인캐피탈 회장도 22일 CNBC와 인터뷰에서 "가상화폐에 규제가 들어오면 이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 주말(17일)부터 직접 목격하고 있다"며 "투기적 매수가 유입되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기초체력(펀더멘탈)도 없고 내재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조정장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추가 폭락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비트코인 시세 상승은 개인투자자 위주로 투자가 이뤄진 2018년과는 달리 기관투자자가 시세 상승을 이끌어 기초체력(펀더멘탈)이 견고하다는 것이다.
디지털자산 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이 지난해 4분기 매입한 비트코인 수량은 약 15만 개(30억 달러)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93%가 다른 기관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알려졌다.
나스닥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두 차례에 걸쳐 모두 4368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이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약 80%에 이른다.
테슬라는 올해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보고서를 통해 15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상화폐 실제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추가 폭락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국내외 금융당국 수장들은 가상화폐가 내재가치가 없다고 바라보지만 결제수단으로 이미 내재가치를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유사무실기업인 위워크는 22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대금결제를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테슬라도 3월24일 비트코인으로 미국에서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결제서비스를 선보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올해 안에 미국 외에 국가에서도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결제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다. 간편결제업체 페이팔도 결제수단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추가했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세가 2018년처럼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기관투자자들 유입으로 기초체력이 단단하고 이미 결제수단으로 가상화폐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등 내재가치가 존재함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