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화자산운용에 따르면 김 사장은 자체개발한 ESG평가시스템 활용을 확대해 관련 상품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상품운용에 자체평가결과를 활용하는 등 ESG평가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며 "특히 채권상품은 외부기관이 비상장사를 두고 ESG평가를 하지 않아 자체평가 결과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기관의 ESG 관련 평가자료는 상장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ESG상품을 내놓는 데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화자산운용은 자체 개발한 평가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ESG 관련 투자범위를 비교적 손쉽게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으로서는 자체 ESG평가시스템이 없어 외부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경쟁사들보다 더욱 다양한 ESG투자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외부기관을 이용하면 그에 따른 수수료비용을 지급해야 하는데 한화자산운용은 자체시스템을 통해 이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2020년 11월 자체 ESG평가시스템을 활용해 '한화ESG히어로펀드'를 내놨다.
'한화ESG히어로펀드'는 한화자산운용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ESG평가시스템의 결과를 포트폴리오 구축에 반영하고 모든 투자과정에도 적용한다.
반면 한화자산운용이 앞서 2018년 12월에 내놓은 '한화코리아레전드ESG펀드'는 자체 평가시스템을 만들기 전에 출시한 상품이라 외부기관이 제공하는 ESG요소 분석정보를 활용해야 했다.
한화코리아레전드ESG펀드는 ESG전문분석기관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제공하는 정보를 투자종목 선정에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요컨대 자체시스템을 이용하는 한화ESG히어로펀드는 따로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2018년에 내놨던 한화코리아레전드ESG펀드는 외부기관을 활용하는 데 따라 수수료비용이 발생한다.
앞으로 ESG투자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관련 상품 출시가 증가하면 한화자산운용이 만든 자체시스템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세계에 불고 있는 ESG바람에 맞춰 15일 국내 자산운용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정관 변경을 거쳐 ESG위원회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자체 ESG평가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ESG역량을 키우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 보이고 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의 자료를 보면 세계 ESG투자자산 규모는 2014년 약 18조 달러에서 지난해 45조 달러 규모로 급격히 증가했다. 도이치뱅크는 2030년에 세계 ESG투자자산 규모가 130조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으로 ESG 열풍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한화자산운용이 자체 평가시스템을 앞세워 ESG투자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다소 아쉬웠던 지난해 실적을 만회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4월19일 기준 한화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펀드+투자일임)평가액 규모는 106조7997억 원이다. 같은 기간 KB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AUM)은 108조7764억 원으로 한화자산운용을 앞선다.
한화자산운용은 2012년부터 순자산총액 기준으로 자산운용업계 3위에 머물렀다.
1위 삼성자산운용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 두 회사가 전체 순자산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 규모 자랑하는 가운데 한화자산운용이 9년 동안 지켜온 3위 자리에서도 KB자산운용에 밀린 것이다. 3월 말 기준 두 회사의 순자산총액은 삼성자산운용 288조 원, 미래에셋자산운용 139조 원에 이른다.
한화자산운용의 2020년 연말 순자산총액은 104조6423억 원으로 2019년 연말(103조1746억 원)과 비교해 1조5천억 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KB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2019년 말 63조1229억 원에서 2020년 말 92조6781억 원으로 30조 원 가까이 뛰었다.
2020년 1년 동안 한화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 규모가 제자리 걸음에 그치면서 KB자산운용이 역전할 수 있는 틈을 내어준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