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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수 인천공항공사 전 사장이 2월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경품추첨행사에 참석한 배우 장동건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인천공항의 표류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정창수 전 사장이 강원도 도지사 출마를 이유로 사임한 뒤 3개월이 지났지만 사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는 데다가 산적한 문제들도 많아 사장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인천공항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국제선 환승객 수가 올 4월 52만여 명으로 지난해 8월 68만여 명에서 22%나 줄었다. 전체 승객 가운데 환승 승객의 비율은 4월 15%까지 떨어졌다.
환승률은 허브공항의 가장 중요한 지표다. 선진국에 있는 경쟁력 있는 공항의 환승률은 대략 30~40% 정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의 환승률은 42%이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31%, 일본 나리타공항은 21%에 이른다.
특히 환승객은 지난해 9월부터 1월을 제외하고 계속 줄고 있다. 환승객이 이렇게 오랜 기간 줄어든 것은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사태 이후 처음이다.
환승객이 줄고 있는 이유는 일본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승객을 유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본은 2020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하네다공항에 국제선 노선을 증설하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도 연달아 미주 직항노선을 개설하고 있다.
가장 크게 줄어든 환승객은 일본과 중국 환승객이다. 일본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다른 나라로 가는 승객의 수는 1년 전보다 5만6천 명 줄었다. 중국에서 오는 환승객도 5만1천 명이 줄었다.
이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인천공항공사 사장 자리는 지난 3월부터 계속 비어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정창수 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최홍열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사장 공모를 한 뒤 공기업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장후보를 선정하는 단계가 진행돼야 하지만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사장공모가 지연되는 이유는 6월 지방선거 때문이다. 정치적 사안이 걸리자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모두 결정을 미루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 정치적 이슈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로선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인천공항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사장 공석이 오래가면서 모든 현안들에 대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다음달 계약이 만료되는 인천공항 은행 운영사업자 선정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원래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로 예정됐던 입찰이었는데 정창수 전 사장의 퇴임으로 차질을 빚어졌다. 일러야 9월에 선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일부에서 연내 새로운 사업자의 영업이 힘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또 인천공항이 진행중인 공항 3단계 공사도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이 공사는 총 공사비 4조9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다. 건설사업 발주 등 대략적 사안들은 이미 정해져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투자 등에 대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7일 서울에서 열린 ‘2014국제공항협의회 제24회 세계총회’도 사장 없이 치렀다. 전 세계 73개 국가에서 공항과 국제기구, 기업, 학계 등 공항 분야 대표자 1천여 명이 모였지만 행사를 책임질 주역이 없었다. 최홍열 사장직무대행이 자리를 대신해 격식에도 어긋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천공항은 이 총회에서 2013년도 세계공항서비스부문 최고공항으로 선정됐다. 9년 연속으로 선정된 공항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이 동아시아 거점공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인천공항의 지금 성과도 사장 공백사태가 오래가면 빛이 바래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