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14부산국제모터쇼에서 준대형 세단 AG와 그랜저 디젤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정몽구 회장이 내수시장에서 수입차와 경쟁할 만한 신차 출시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두 차종에 현대차의 세분화 전략이 적극 반영됐다. 두 차종은 하반기 중 출시된다.

  정몽구, 그랜저와 제네시스 중간급 신차 공개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29일 열린 2014부산국제모터쇼 언론공개 행사에서 “이번에 선보이는 AG와 2015년형 그랜저는 고객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적극 담아 탄생한 현대차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AG(프로젝트 명)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중간급 차종으로 전륜 구동 준대형 세단이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은 “전륜구동 플래그십 세단 AG를 9월 이후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AG는 그랜저와 제네시스를 잇는 프리미엄 세단 라인업을 완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AG 외관은 공개됐지만 실내와 자세한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다. 곽 본부장은 AG가 그랜저와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차는 제네시스, 쏘나타, 그랜저 등 패밀리 룩을 형성하고 있다”며 “차급 자체가 그랜저와는 다른 차량”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AG 차체는 그랜저보다 50mm 가량 길다. 3.0~3.3리터 엔진이 적용되며 편의사양과 인테리어는 제네시스 급으로 제작될 계획이다. 가격은 3천만 원대 그랜저와 5천만 원대 제네시스의 중간인 4천만 원대 중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밝혔듯이 AG는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딱 중간급 차종이다. 현대차가 내수 수요를 잡기 위해 택한 차종세분화 전략이 적극 반영된 결과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아반떼(2010년)와 YF쏘나타(2009년) 그랜저HG(2011년) 등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새 차 구매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이들이 수입차 대신 현대차의 촘촘한 신차 그물에 걸리도록 차종을 세분화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특히 준대형급 이상 차급에서 세분화 전략을 구사하는 까닭은 국내 소비자들의 변화된 차종 선호도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2012년 74%에서 지난해 71%로 감소했다. 독일 완성차회사들이 준대형 세단을 내놓으며 현대기아차의 내수 소비자 시장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의 내수 실적 부진을 우려하며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을 신차출시를 주문했다. 정 회장은 3월 수출확대전략회의에서 “현대기아차가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에 밀린다면 해외시장에서 부진도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이 다시 현대차를 선택하도록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신차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 점유율이 감소하긴 했지만 현대차는 준대형급 이상 차급에서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랜저는 올해 1분기 2만3633대가 팔리면서 내수 판매 1위에 올랐다. 그랜저 신모델이 출신 된 2011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1위에 성공했다. 제네시스도 같은 기간 1만 대 이상이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산층의 소비가 늘면서 현대차 그랜저와 제네시스 같은 준대형급 이상 차량과 수입차의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AG를 내놓는 한편 그랜저에 최초로 디젤 엔진을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5년형 그랜저는 디젤 엔진이 추가되면서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 등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갖춰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그랜저는 디젤모델에 현대차 최초 클린 디젤 엔진(유로 6 배기가스 기준 충족)인 R2.2 E-VGT 디젤 엔진이 적용됐다. 복합연비는 14.0㎞/ℓ 수준으로 독일 디젤 세단과 직접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면와 후면부 디자인을 일부 변경했지만 이전 모델과 큰 차이는 없다. 그랜저 디젤 모델은 사전계약을 받은 후 오는 7월부터 판매된다.  
 

  정몽구, 그랜저와 제네시스 중간급 신차 공개  
▲ 현대차는 29일 열린 2014부산국제모터쇼 언론공개 행사에서 준대형 세단 AG(위)와 그랜저 디젤모델(아래)을 세계 최초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