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300조 원 규모의 국민연금공단 외화금고은행 경쟁에 뛰어들까?  

하나은행은 2018년부터 외화금고은행을 맡고 있어 수탁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보다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부담이 적을 수 있다. 
 
하나은행 국민연금 외화금고은행 참여 길 열려, 우리은행과 경쟁 예상

▲ 박성호 하나은행장 내정자.


24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외화금고은행 입찰에서 ‘동일 금융지주회사 중복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외화금고은행 입찰에 참여할지를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동일 금융지주회사 중복제한은 금융지주회사 1곳이 국민연금공단의 수탁업무를 2개까지 맡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하나은행은 2018년부터 국민연금공단 외화금고은행을 맡아왔지만 중복제한 요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화금고은행 자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국민연금공단 국내대체자산 수탁은행을 맡고 있으며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펀드서비스는 올해부터 국민연금공단 국내위탁자산 사무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22일 중복제한 요건을 뺀 입찰공고를 새로 내면서 하나은행이 외화금고은행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앞서 국민연금공단 외화금고은행 입찰이 2차례 유찰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수익성을 따졌을 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면에서 다른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을 수 있다.

2018년부터 국민연금공단 외화금고은행을 맡아와 외화 사이버뱅킹 연계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전담조직을 꾸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외화금고은행을 맡으면 해외송금 수수료를 받는다. 국민연금공단은 당발송금 1건당 2만 달러 이상일 때, 타발송금은 1건당 100달러 이상일 때 수수료를 지급한다.

당발송금은 해외로 보내는 외화송금을, 타발송금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외화송금을 뜻한다.

2020년 12월 말 기준 국민연금공단에서 운용하는 기금 가운데 해외 투자자산 비중은 36.5%( 303조9천억 원)다.

국민연금공단은 2024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절반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외화금고은행을 통해 주고받은 외화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

중복제한 요건에 해당했던 우리은행과 국민연금 외화금고은행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은행은 국민연금공단 주거래은행과 국내주식 수탁은행을 맡고 있어 외화금고은행 입찰을 지켜봐 왔는데 입찰요건이 완화된 만큼 참여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 외화금고은행 입찰에 참여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2013년부터 5년 동안 국민연금공단 외화금고은행을 맡은 경험을 지녔다.

국민연금공단은 4월2일까지 은행들로부터 제안서를 받는다. 제안서 발표 및 평가, 협상적격자 및 협상순위 결정, 현장실사 등을 거쳐 외화금고은행을 선정한다. 계약기간은 2021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3년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