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공사가 추진하는 미얀마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군사쿠데타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토지주택공사가 직원 땅투기 의혹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데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 산업단지 조성사업도 살얼음판 위에 놓이면서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
▲ 한국-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KMIC) 위치도.<한국토지주택공사> |
19일 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미얀마 건설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한국-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도, 그렇다고 이미 삽을 뜬 사업을 접기에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아직 미얀마 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사업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우지는 않았다”며 “산업단지 안의 토지 판매예약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갑작스럽게 중단하기가 쉽지 않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안들 위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우리 정부의 방침과 미얀마 정세의 상황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지켜보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의 구체적 방침이 내려지면 그에 맞춰서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미얀마 양곤에서 10km 떨어진 야웅니핀지역에 여의도의 면적과 맞먹는 224만9천㎢ 규모의 산업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모두 1311억 원 규모이며 2024년 12월 착공을 목표로 한다.
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토지주택공사와 미얀마 정부, 글로벌세아는 ‘KMIC 합작법인’을 세우고 토지주택공사가 40%, 미얀마 정부가 40%, 글로벌세아가 20%를 투자했다.
이번 미얀마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토지주택공사가 해외에서 진행하는 첫 번째 산업단지 조성 프로젝트다.
그동안 세계 여러나라에서 해외사업을 추진해왔지만 대부분 사업관리나 기술자문, 종합계획 수립 등과 같이 투자를 병행하지 않는 개발컨설팅 용역사업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토지주택공사는 정부의 해외진출 장려방침에 발맞춰 시장을 넓히고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스마트도시와 산업단지 구축을 중점 추진분야로 선정해 여러 나라에서 사업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토지주택공사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미얀마 정부와 신뢰를 쌓아 미얀마의 달라신도시 개발사업 등 사업을 추가로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아울러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통해 미얀마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다른 아세안 국가들까지 시장을 확대해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발맞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미얀마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초반부터 위태로워지면서 토지주택공사의 야심찬 ‘신남방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공기업과 사기업이 미얀마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관련해서는 제재방침을 내리지는 않았다.
다만 정부가 미얀마 군부에 강력한 제재방침을 추가로 내놓으면 토지주택공사의 산업단지 조성사업도 중단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이달 초 불거진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에 그동안 추진하던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는데 해외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산업단지 조성사업도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외에서 모두 어러움을 겪게 됐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문민정부 고위인사들을 구금하고 통신망을 차단한 뒤 1년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태가 날로 악화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의 돈줄을 끊기 위한 제재에 나섰다.
우리 정부는 12일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해 국방·치안분야 신규교류 및 협력중단, 군용물자 수출중단, 개발협력사업 재검토 등의 방침을 내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