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들어 수익성 높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앞세워 세계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지금의 좋은 판매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호적 환율환경이 조성된다면 올해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도매기준 글로벌 월별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해 두 달 연속 늘어났다. 2018년 6월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현대차는 2018년 3월부터 6월까지 넉 달 연속 글로벌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해 늘어난 뒤 좀처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차는 1월 완성차 판매가 1년 전보다 1.6% 늘며 2019년 7월 이후 1년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2월 역시 6.7% 늘며 판매 확대흐름을 이어갔다.
현대차는 특히 2월에는 해외판매도 2020년 1월 이후 13개월 만에 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코로나19가 지난해 3월부터 세계 자동차시장 위축을 본격적으로 야기한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는 올해 남은 기간도 판매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신차 수요는 회복기에 접어들었으나 방역활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일부 판매 차질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 판매 증가세는 2분기로 접어들수록 점차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현대차는 수익성 높은 SUV와 제네시스가 판매 확대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실적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SUV와 제네시스는 현대차 수익성 확대의 핵심으로 꼽히는데 특히 제네시스가 올해 들어 가파른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제네시스는 올해 본격 출시된 중형SUV GV70에 힘입어 1월과 2월 국내에서 모두 1만8818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제네시스는 미국에서도 빠르게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출시한 대형SUV GV80을 앞세워 1월과 2월 미국에서 제네시스를 각각 2814대와 2402대 팔았다. 2020년보다 각각 101%, 51% 늘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GV70을 출시하고 유럽과 중국 등에서 제네시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제네시스 판매 확대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올해 실적 기대감을 키우는 것은 SUV와 제네시스만이 아니다.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첫 전기차 아이오닉5도 사전계약부터 흥행을 예고해 올해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2조1천억 원 규모의 엔진 리콜비용을 반영한 데 이어 4분기에는 4255억 원 규모의 코나 전기차 리콜비용도 반영해 올해 대규모 일회성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많게는 7조 원대 후반까지 낼 것으로 바라본다.
현대차는 2012년 역대 최고 영업이익인 8조4천억 원을 올렸다. 예상 영업이익과 역대 최고치가 10%도 차이나지 않는 만큼 현대차가 상황에 따라 올해 최고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도 충분한 셈인데 이를 위해서는 내부 판매뿐 아니라 외부 효과도 더해져야 한다.
환율이 현대차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 외부변수로 꼽힌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대표적 수출산업으로 환율 변동에 실적이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달러가 약세를 보여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내 완성차 5개업체의 연간 매출은 약 4천억 원 가량 줄어든다.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서도 한 해 전체 완성차 판매량의 80% 가량을 해외에서 판매할 정도로 해외사업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대차는 올해 원화 강세의 비우호적 환율환경을 가정하고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목표를 세웠다.
기아는 최근 CEO인베스터데이에서 올해 원달러 환율을 2020년보다 약 7% 가량 낮은 1100원으로 가정하고 사업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는데 그룹사인 만큼 현대차도 비슷한 수준을 설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미국 경기회복 기대감 등에 힘입어 달러 강세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현대차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7.1원(0.63%) 오른 1133.2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해 11월4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1130원을 넘어섰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 가치는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면서 주요 통화 대비 상승했다”며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고용지표 호조로 달러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