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 줄을 바꿔 맨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개혁을 단행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이 사자성어를 꺼내들었다.
▲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왼쪽부터), 구동휘 E1 최고운영책임자 전무, 구본규 LS엠트론 대표이사 부사장. |
이 말처럼 LS그룹은 올해 오너3세로 경영승계를 본격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7일 LS그룹 안팎에 따르면 구자열 회장이 한국무역협회 회장에 올라 그룹 경영일선에셔 퇴진이 가시화되면서 올해부터 LS그룹 각 계열사에 포진한 오너3세 경영인들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LS그룹 경영진 세대교체가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새로운 LS의 막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자열 회장의 뒤를 이은 LS그룹 총수 자리는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동휘 전무, 구본혁 사장, 구본규 부사장은 구자은 회장과 함께 앞으로 그룹 경영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LS그룹은 올해부터 E1, 예스코홀딩스, LS엠트론 등 핵심 계열사를 각각 구동휘 전무, 구본혁 사장, 구본규 부사장에게 맡겼다.
E1과 예스코홀딩스, LS엠트론은 단일사업구조의 한계를 안고 있고 기존 주력사업분야의 전망이 밝지 않은 곳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사업이 절실하다.
세 계열사 모두 2020년 실적도 대폭 뒷걸음질쳤다.
구동휘 E1 최고운영책임자 전무가 배치된 E1은 2020년 코로나19로 액화석유가스(LPG)사업에 타격을 받으면서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각각 14.8%, 62.8% 줄어들었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예스코홀딩스는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1.3%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이 54.3% 감소했다.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구본규 LS엠트론 대표이사 부사장도 놓인 상황이 다르지 않다. 트랙터·사출기 기계사업을 하는 LS엠트론도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을 내며 2018년 이후 3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LS그룹 오너3세 경영진이 짊어진 임무가 만만찮다.
LS그룹은 전선, 전력인프라 등 기간산업분야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사업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지만 변화를 시도하는데는 보수적이었다.
다만 LS그룹은 코로나19 위기 뒤 새롭게 다가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시스템, 스마트그리드, 전기차부품 등 디지털과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분야에서 올해부터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뒀다.
E1과 예스코홀딩스는 특히 주력사업이 각각 액화석유가스, 도시가스 등 에너지분야인 만큼 세계적 친환경기조로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신재생에너지분야에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LS그룹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전환, 조직문화 변화 등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도 ‘젊은 피’인 오너3세 경영인들의 역할에 시선이 몰린다.
LS그룹 오너3세 경영인들은 각자 맡은 계열사에서 빠르게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기도 하다.
구동휘 E1 전무는 3월30일 있을 E1 자회사 LS네트웍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된다. E1의 사업전반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구동휘 E1 전무는 구자열 회장의 아들로 2013년 LS일렉트릭 경영전략실 차장으로 입사하면서 그룹에 합류했다. LS일렉트릭에서 부장을 거쳐 2016년 말 이사에 올랐고 그 뒤 1년 만에 상무, 2년 뒤에 전무로 승진했다.
2020년 지주회사 LS로 자리를 옮겼고 같은 해 말 임원인사에서 E1 최고운영책임자로 선임됐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은 올해 1월 대표에 오른 뒤 예스코홀딩스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수하며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구 사장은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로 2003년 LS전선에 입사했다. 2019년 말 인사에서 오너3세 가운데 가장 먼저 예스코홀딩스 대표에 선임됐지만 경영수업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물러났다가 1년 뒤 2020년 말 임원인사를 통해 대표에 올랐다.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은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이다. 구 부사장은 2007년 LS전선에 입사해 SPSX통신영업 차장, LS일렉트릭 자동화아시아퍼시픽 영업팀장, LS엠트론 경영관리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거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