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소비자 보호조치 강화에 온힘을 쏟고 있다.
정 사장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두 번째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어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노력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자산을 관리하기 위한 가교운용사 설립을 놓고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주도적 역할을 맡기로 하면서 가교운용사 설립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펀드 가운데 약 84%(4327억 원)를 판매한 최대 판매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옵티머스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NH투자증권이 가교운용사 설립에 가장 많은 출자금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펀드자산 관련 정보 등을 보유한 수탁은행이나 사무관리회사의 참여 여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5개 판매사와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자율협의체를 구성해 펀드 이관, 가교운용사 설립 등과 관련해 논의를 이어왔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사기사건의 피해자인 점, 수탁사와 사무관리사가 옵티머스펀드 허위성을 파악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동등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 금감원의 제재절차가 본격화되는 등 부담이 커지면서 자산 회수를 통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태도를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사내에 설치한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도 대표이사가 직접 맡기로 했다.
기존에 의장직은 CCO(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가 맡아왔는데 대표이사로 격상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위상을 높이고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정 사장이 소비자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면서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 징계수위 감경에 참작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몰린다.
금감원은 1월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 예탁결제원에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징계안을 사전통보했는데 정 사장에게는 중징계인 ‘직무정지 3개월’ 제재안이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인데 징계수위가 그대로 확정되면 4년 동안 금융권 취업이 제한돼 연임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징계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기관과 임직원 제재는 위법·부당행위의 정도, 고의·중과실 여부, 사후 수습 노력, 공적, 자진신고 여부 등을 고려해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시스템 내에서 감경할 부분을 찾고 특히 소비자 보호를 잘 하는 회사는 제재 감경이 반영될 수 있도록 여지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된 제재심의위에서 사전통보 징계안보다 수위가 낮아졌는데 이들은 피해자 구제 노력을 적극 소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사장은 지난해 옵티머스펀드 환매가 중단된 뒤 “판매사가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할 생각이 없다”며 사태 수습에 힘쓰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후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과 직접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고 6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한 끝에 최대 70%의 유동성을 선지원하는 방안을 이끌어냈다.
또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 뒤에는 최대한의 자산 회수를 위해 '옵티머스자산 회수 대응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번 가교운용사 설립에 앞장서는 것 또한 사후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이에 앞서 2월19일 금감원은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첫 번째 제재심의위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3월4일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3월2일 금감원 본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건물이 폐쇄돼 제재심의위가 또 연기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의위 일정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