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씨티은행 대내외적 상황을 종합해보면 씨티그룹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한국씨티은행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국씨티은행 철수설은 2009년과 2014년, 2017년 등 이미 수차례 제기됐지만 모두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대규모 점포 통폐합 등 국내 철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씨티그룹은 직접 매각의사가 없다며 일축해왔다.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도 2017년 영업점 축소를 이유로 한국 철수설이 확산되자 한국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며 철수설에 선을 그은 적 있다.
다만 이번에는 한국씨티은행 차원이 아닌 씨티그룹 구조조정에 따라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철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블룸버그는 20일 씨티그룹 내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씨티그룹이 한국, 태국, 필리핀,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매금융부문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레이저 CEO가 2015년 라틴아메리카 책임자로 임명된지 1년 만에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로비아 소매금융과 신용카드 부문을 매각했던 점을 들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씨티그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한국씨티은행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씨티은행 성장세가 뒷걸음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 예수금 국내시장 점유율은 2017년 2.11%에서 2019년 1.95%로 줄었다. 경쟁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은 소매금융에서 강점을 보이며 같은 기간 3.39%에서 3.41%로 소폭 늘어났다.
한국씨티은행의 대출금 잔액도 2017년 1.90%에서 2019년 1.63%로 감소했다.
앞으로 소매금융시장은 경쟁이 더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비대면사회를 등에 업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소매금융시장에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총자산을 3조9천억 원 이상 늘렸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영업재개 이후 대출상품 판매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여신잔액을 3개월 만에 67% 확대했다.
이에 더해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토스뱅크 본인가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실적 악화도 겪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순이익 710억 원 거두며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씨티그룹 차원에서는 한국이 더이상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비춰질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유 행장이 최근 디지털 전환에서도 소극적 태도 보이고 있어 철수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프레이저 CEO는 1월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전략적 포지셔닝을 임상적으로 살펴보고 훨씬 더 디지털화 된 세상에서 어떤 기업이 선도적 시장 지위를 확보 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있다"며 "회사를 단순화함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미래 성장성에 디지털을 주요 요건으로 꼽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은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마이데이터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며 디지털 신사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이데이터사업은 개인의 동의를 얻어 초개인화된 상품을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사업으로 소매금융에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마이데이터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마이데이터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빅테크나 핀테크업체 등과 협업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씨티은행은 매각설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씨티그룹의 공식입장을 참고해 달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씨티그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각설과 관련해 결정된 사안은 아니며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씨티그룹은 성명서를 통해 "1월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가 밝힌 바와 같이 씨티그룹은 각 사업들의 조합과 상호 적합성을 포함해 냉정하고 철저한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며 "많은 다양한 대안들이 고려될 것이며 장시간 충분히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