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를 허위공시했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진 회장은 에이치엘비를 향한 시장과 주주들의 신뢰가 흔들릴 때마다 직접 나서 불안을 달래왔는데 이번 논란은 의도와 상관없이 진 회장이 말을 번복한 탓에 불거진 만큼 이를 진화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가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를 허위공시했다는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 언론매체가 16일 에이치엘비가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를 허위공시한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한 뒤 에이치엘비 주가는 3일 연속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16일 에이치엘비 주가는 전날보다 27.24% 내린 데 이어 17일과 18일에도 각각 6.02%, 3.04%나 떨어졌다. 15일까지만 해도 9만 원대 안팎에서 주식이 거래됐는데 불과 3일 만에 6만 원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진 회장은 허위공시 의혹과 관련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이라며 사실관계 소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시장과 주주들의 불안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에서 올라온 제재안건을 놓고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전례가 드문 데다 사안이 검찰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의혹과 관련해 심의를 진행하는데 사실관계 확인에서 다툼의 소지가 있는 만큼 사안을 검찰로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진 회장은 16일 에이치엘비 공식 유튜브채널을 통해 “데이터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통계학적으로 문제가 있었지만 약효와 안정성은 증명이 가능하다”며 “증권선물위원회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할 것이며 그래도 더 살펴볼 일이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끝까지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진 회장이 말을 번복한 데서 출발했다고도 볼 수 있는 만큼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진 회장이 상황을 무마하는 게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진 회장은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주주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경영자로 꼽힌다.
유상증자 관련 내용이나 임상시험 결과를 직접 설명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때에도 에이치엘비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직접 해명한다. 에이치엘비가 지난해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자 진 회장은 곧바로 사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진 회장이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덕분에 신뢰관계를 쌓아올 수 있었는데 바로 이점에서 투자자들은 더욱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9년 6월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린 것도, 2019년 9월 ‘리보세라닙의 성공적 임상결과를 토대로 신약 허가신청(NDA) 절차에 집중하겠다’고 말한 것도 진 회장이었다.
에이치엘비가 2019년 6월27일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가 실패했다고 발표한 뒤 주가는 2거래일 연속으로 30%씩 급락했다.
그러다가 2019년 9월29일 유럽종양학회에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에서 경쟁 약보다 우수한 효능과 낮은 부작용을 확인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았고 4만 원대에서 단숨에 6만 원대로 껑충 뛰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