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이 크루즈선시장 진입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일까?

현대미포조선이 최근 크루즈선의 아랫단계인 카페리선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어 신 사장이 이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초고부가 선박인 크루즈선 건조에 도전할 수도 있다.
 
현대미포조선 크루즈선 만들고 싶다, 신현대 카페리선으로 경험 쌓아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


31일 현대미포조선에 따르면 최근 뉴질랜드 해운사 키위레일(KiwiRail)과 건조의향서(LOI)를 맺은 카페리선 2척의 수주를 올해 상반기 안에 확정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2019년 국내 물류회사 하이덱스스토리지로부터 수주한 대형 카페리선 ‘비욘드 트러스트(Beyond Trust)’의 건조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건조가 끝나면 비욘드 트러스트는 유럽 크루즈선사들이 건조하는 카페리선과 같은 사양의 국내 최대 카페리선이 된다.

카페리선은 차량과 승객을 함께 운송할 수 있는 선박으로 여객선시장에서는 크루즈선과 비교해 건조금액이나 기수력 등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아래의 선박으로 분류된다.

크루즈선은 현재 한국의 대형 조선3사가 건조하는 고부가 선박인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보다도 부가가치가 높은 초고부가 선박이다. 초대형 크루즈선의 경우에는 1척 건조가격이 웬만한 해양플랜트 1기와 맞먹기도 한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협회인 크루즈해운산업협회(CIA)는 크루즈선 이용객이 2019년 3천만 명에서 2027년 3800만 명까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조선업계에서는 신현대 사장이 현대미포조선의 신사업을 위해 크루즈선시장 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미포조선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크루즈선시장 진입은 물론 좋은 일이고 기회만 있다면 건조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국내 조선업계의 준비가 부족한 만큼 쉽게 언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을 삼갔다.

한국 조선사들이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보유한 경쟁력은 고부가와 첨단으로 상징되는 기술력과 함께 기자재를 대부분 국내에서 확보해 조달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그런데 크루즈선은 선박 내부의 타일이나 가구 등 기자재가 대부분 유럽산이다.

현대미포조선 입장에서는 자재를 확보하고 운송하는 데 추가로 비용이 드는 만큼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공연장, 테니스장, 골프장, 카지노, 미니자동차 경주장 등 크루즈선에 포함되는 다양한 시설은 선박건조 기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당장 실현되지 않더라도 현대미포조선의 크루즈선시장 진입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크루즈선의 주요 수요처인 유럽에서는 해상 환경규제가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당장 2023년부터 유럽 국가들의 연안을 지나는 선박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적용된다. 때문에 기존 석유연료보다 친환경성이 높은 LNG나 LPG(액화석유가스)등 가스연료추진선의 발주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크루즈선 건조경험과 가스추진선 건조경험을 동시에 보유한 조선사는 아직 없다. 현대미포조선이 카페리선과 가스추진선을 모두 건조해 봤을 뿐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크루즈선의 교체수요가 가스추진선에서 발생한다면 현대미포조선의 건조경험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침 정부는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를 통해 국내 여객선사들의 선대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신 사장이 현대미포조선의 카페리선 건조경험을 축적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크루즈선 시장 도전을 위한 노하우를 쌓은 기회도 된다.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여객선사 씨월드고속훼리의 크루즈형 카페리선 ‘퀸 제누비아(Queen Jenuvia)’는 지난해 9월 목포-제주 노선에 취항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유럽식 크루즈선에 쓰이는 라탄소파 등 고급 기자재들을 퀸 제누비아에 탑재했다. 그만큼 건조가격은 동급의 카페리선보다 비쌌다.

씨월드고속훼리는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의 지원을 받아 높은 건조가격을 감수하고 선박을 발주할 수 있었다.

취항을 앞두고 열린 선박의 공개 행사에서 ‘국내 여객선에서 볼 수 없는 고급스러움이 구현됐다’, ‘제주도를 가기 위해 배를 타는 것이 아니라 배를 타기 위해 제주도를 가겠다’ 등 호평이 잇따랐다.

퀸 제누비아에 신 사장의 크루즈선을 향한 의지가 담겼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현대미포조선은 한영석 전 대표이사 사장(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체제 때부터 크루즈선시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진척이 없었다. 신 사장체제에서 크루즈선시장 진입에 성공한다면 현대미포조선으로서는 숙원사업을 이루게 된다.

신 사장은 퀸 제누비아의 명명식(배에 이름을 붙이는 행사)에서 “최근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여객선의 우수한 성능과 품질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여객선사들로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앞으로도 최고의 명품 여객선을 건조해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