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서는 최태원과 노소영, SK그룹 쪼개지나  
▲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과 결혼생활을 끝내고 갈라서게 됐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지배구조도 흔들릴 수 있다.

최 회장은 6세 된 혼외의 딸을 두고 있고 노 관장과 헤어져 새 가정을 꾸리겠다고 털어놓았다.

노 관장은 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헤어짐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 관장이 재산분할을 요구할 경우 SK그룹 지배구조는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됐다. 최악의 경우 SK그룹이 쪼개질 수도 있다.

◆ 사상 최대 재산분할 소송 진행되나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은 29일 최 회장의 이혼 요구에 대해 이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회장이 새 가정을 꾸리겠다는 뜻이 워낙 강해 노 관장의 뜻대로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관계자들은 노 관장이 최 회장에게 이혼의 책임을 더욱 분명하게 묻기 위해 이혼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해석한다.

최 회장이 노 관장과 정식으로 이혼 절차를 밟게 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합의이혼의 경우 재산분할이 전적으로 두 사람의 협의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원에 조정신청을 하게 되고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소송으로 넘어간다.

최 회장은 이혼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이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해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소송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최 회장이 이 점까지 고려해 이혼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누가 이혼소송을 제기하든 소송이 벌어지면 결국 재산분할 다툼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 회장의 재산은 42억 달러로 우리나라 5위의 부자다. 최 회장이 재산분할 소송을 할 경우 200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세령 대상 상무의 재산분할 소송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규모 재산분할 소송이 될 수 있다.

법률상 노 관장은 최 회장 재산의 최대 50%까지 분할을 요구할 수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의 대부분은 4조2천억 원 규모에 이르는 SK 주식이다. 이 밖에 SK케미칼, SK텔레콤 등 계열사 지분이 조금 있고 개인 부동산도 있으나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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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
SK그룹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고 노 전 대통령 퇴임 이듬해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했다.

SK텔레콤이 SK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만큼 최 회장의 재산형성 과정에 노 관장이 기여한 부분이 많다고 해석될 수 있다. 최 회장이 적지 않은 수준의 재산을 분할해 줄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최 회장은 재산분할과 별도로 위자료도 지급해야 한다. 재산불한은 결혼파탄의 책임 정도와 관계없이 재산형성 기여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위자료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청구된다.

최 회장은 이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인정한 만큼 노 관장에게 상당한 수준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주식담보로 자금 마련하나

이혼소송이 벌어질 경우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SK 지분을 직접 넘겨주거나 SK텔레콤 등 계열사 경영권을 떼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최 회장이 SK그룹 경영에 영향을 미칠만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 회장은 올해 SK와 SKC&C를 합병해 옥상옥 지배구조를 해소하고 회장 취임 뒤 17년 만에 SK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한 SK그룹 지배력을 훼손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 회장은 SK 지분 23.4%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을 내 줄 경우 지분이 11%대로 줄어든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 7.46%를 더할 경우 경영권은 지킬 수 있지만 특별결의 정족수인 33%에도 미치지 못한다. 당연히 SK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은 약해진다.

계열사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개인적 일로 회사에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이혼 의사를 밝히면서 “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경제를 위해 온전히 쓸 것”이라며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재산분할을 할 경우 SK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의 SK 주식담보 비율은 9.12%로 높지 않다.

◆ 흔들리는 최태원, SK그룹 후계 구도에 영향 줄까

최 회장의 이혼 선언이 당장 SK그룹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SK그룹의 후계구도를 흔들 수 있다.

최 회장은 이번에 공개한 혼외자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 회장의 혼외자는 6세로 아직 어리지만 최 회장의 책임 아래 양육될 경우 후계구도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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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정 해군 중위.
최 회장은 1998년 회장에 올랐으나 올해 들어 비로소 SK그룹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최 회장이 아직 젊고 경영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SK그룹의 후계구도는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노 관장과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이들은 아직 SK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지분승계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장녀인 최윤정씨는 올해 베인앤컴퍼니에 주니어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최윤정씨는 베이징에서 국제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바이오분야를 전공했다.

차녀인 최민정 중위는 지난해 해군장교로 임관해 주목을 받았다. 최 중위는 최근 청해부대 19진으로 아덴만 파견임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아들 최인근씨는 미국 하와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운대학교에 재학 중으로 알려졌다.

최재원 SK 부회장은 횡령혐의로 수감돼 있다. 최 부회장의 자녀인 최성근씨, 최원정양, 최동근군은 아직 학생으로 역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SK그룹 오너 3세 가운데 최신원 SKC 회장의 아들인 최성환 SKC 상무 정도만 경영일선에 참여하고 있다. 최 상무는 2009년 SKC 전략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자녀 최경진양과 최민근군도 아직 학생이다.

SK그룹의 적장자라고 할 수 있는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아들 최영근씨는 SK그룹에 몸담고 있지 않으나 SK그룹 계열사의 위탁급식을 도맡고 있는 후니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 SK그룹에 원심력 더 작용할까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 경우 계열분리 움직임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특히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올해 들어 SK케미칼 소그룹을 중심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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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최 부회장은 최근 SK케미칼에 유상증자를 하고 자회사를 매각해 신사업 투자에 나섰다. 또 최 부회장은 최대주주로 있는 SKD&D를 상장시켜 1천억 원대의 자금원을 확보했다. 최 부회장의 계열분리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신원 SKC 회장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SKC 대표이사에서 사임하며 경영 전면에서 한 발 물러났다.

최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SKC 주식 5만9천 주를 장내에서 매도해 지분을 1.8%에서 1.6%로 낮췄지만 다른 계열사 지분을 조금씩 늘렸다. 지난해 말 대비해 최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SK 주식은 3129주, SK네트웍스 주식은 11만 주, SK케미칼 주식은 1645주 늘어났다.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은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차남과 삼남이다.

최종건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뒤 SK그룹 경영권은 최 창업주의 동생이자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회장에게 넘어갔다. 최태원 회장은 1998년 최종현 회장이 타계한 뒤 SK그룹을 물려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