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존 배당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특별배당이 더해지면서 오너일가의 가장 큰 고민인 상속세 재원 마련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특별배당 열어놓아, 오너일가 11조 상속세 마련에 비빌 언덕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는 28일 콘퍼런스콜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9조8천억 원을 배당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배당 9조6천억 원보다 2천억 원 늘어났다.

연간 배당은 소폭 늘어났으나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배당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기존의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애초 시장에서 잉여현금흐름의 55~60%까지 배당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으나 빗나갔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잉여현금흐름의 70%를 배당에 사용한다. TSMC는 시가총액 700조 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는데 삼성전자가 이런 기업가치 평가에서 나타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배당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인수합병(M&A) 재원을 마련하고 시설투자(CAPEX)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당을 제한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보유하고 있는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 시설투자 확대와 인수합병을 추진해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하면서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이 전 회장이 남기고 간 주식자산과 관련해 올해부터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구체적 상속방법은 상속신고가 이뤄지는 4월이 돼야 드러날 것으로 알 수 있으나 현재 확정된 주식 상속세는 1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5년에 걸쳐 연부연납해도 매년 1조8천억 원 이상을 내야 한다.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배당은 오너일가의 가장 중요한 돈줄이다. 삼성전자가 연간 배당을 2천억 원만 늘리고 배당기조를 잉여현금흐름의 50%로 유지하기로 한 것은 납세재원 마련이 시급한 오너일가에게 아쉬운 대목일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이 이전 3년 대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 실제 배당 지급규모는 기존 대비 현저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는 2021~2022년 삼성전자 잉여현금흐름을 연간 30조3천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전 3년 평균 25조5천 억 원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잉여현금흐름이 늘어나는 만큼 배당여력도 커진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책정한 연간배당 외에 특별배당에 시선이 몰린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잉여현금흐름의 50%에서 연간배당을 집행하고 남은 배당여력을 특별배당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특별배당 규모는 주당 1578원으로 시장에서 예상한 1천 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덕분이 삼성전자의 2020년 결산 배당규모는 9조6천억 원이 아니라 13조1천억 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이러한 형태의 특별배당을 중장기 정책이 종료되는 3년 후가 아니라 수시로 집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매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오너일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의미있는 규모의 잔여재원이 발생했을 때 이 가운데 일부를 조기환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을 연간 30조3천억 원으로 가정하면 이 가운데 50%인 15조1500억 원까지 배당으로 집행할 수 있다. 이건희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만 약 5700억 원이 배당된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리움미술관장이 보유한 지분까지 더하면 오너일가가 삼성전자에서 확보할 수 있는 배당은 연간 8천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지분 5.01%를 보유한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입되는 배당도 있다. 삼성물산은 연간 6700억 원 수준을 삼성전자에서 받을 수 있다.

삼성물산은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를 재배당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삼성물산 지분 31.31%를 들고 있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에서 받은 배당 가운데 1500원 가량이 오너일가에게 돌아갈 수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까지 고려하면 오너일가는 삼성전자에서 직간접적으로 9천억~1조 원 수준의 배당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일가가 매년 내야하는 상속세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가 배당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