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상장주관시장에서 한화종합화학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 주관사단에도 이름을 올릴까?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은 그동안 투자금융(IB)부문을 키우기 위해 공들였는데 기업공개 '대어'를 잇달아 상장주관을 맡게 되면 결실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이 한화종합화학 기업공개 공동주관을 맡은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 주관사단에도 포함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 대신증권을 포함해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주관을 맡게 된다면 지난 12일 한화종합화학 공동주관사로 선정되면서 오랜 만에 대어급 주관을 따낸 데 이어 연타석 홈런을 날리게 되는 것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상장 후 기업가치가 3조~5조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 단위 공모규모를 노려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1999년 한국가스공사 상장주관을 마지막으로 조 단위의 대어급 기업공개를 맡지 못했는데 20년이 더 지나서야 대어급 트랙레코드를 추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양홍석 사장은 대신증권의 투자금융부문을 키우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넷마블 등 대어급 기업공개 당시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 장소에 직접 참석해 무게감을 더하기도 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대신증권은 업계 5위권 안에 드는 회사였지만 지금은 자본규모 10위권 수준으로 밀려났다.
증권사 수익구조에서 위탁매매수수료 등 소매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투자금융부문 중요성이 커지는 변화의 시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양 사장으로서는 한화종합화학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 주관사단에 포함되면 앞으로 투자금융부문 영업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굵직한 주관이력을 추가하게 된다.
또한 기업공개시장에서 대신증권의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LG화학 배터리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법인이다. 분할 당시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40조~50조 원의 기업가치를 지닐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 친환경, 전기차와 관련해 배터리산업을 향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가치가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공개를 추진할 때 보통 기업가치의 20% 가량을 공모규모로 보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규모만 수조 원으로 최대 2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기업공개가 될 수도 있다.
국내 기업공개시장에서 공모규모 최고기록은 2010년 삼성생명이 세운 4조8881억 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에 없던 최대 규모 공모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탓에 주관사를 여럿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증권이 주관사단에 합류하게 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국내 상장주관시장에서 빅3로 꼽히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입찰제안요청서를 전달받지 못 한 점도 대신증권이 연타석 홈런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대표주관과 공동주관을 맡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 상장주관사 후보에서 제외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특허와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데 영향을 받았다.
NH투자증권도 입찰제안요청서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2020년 기업공개 주관실적은 1203억 원에 그친다. 2019년에는 주관실적 2812억 원을 쌓았다.
한화종합화학의 공모규모가 조 단위 대어급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대신증권의 올해 기업공개 주관실적이 지난해 실적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