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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의 자동차 제값받기는 국내용?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5-23 21: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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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미국에서  '제값받기' 전략에 따라 신형 쏘나타의 미국 내 판매가격을 국내 가격보다 높게 책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에서 신형 쏘나타 최저사양의 가격은 이전 모델의 최저사양보다 낮아졌고 이를 강조하며 판촉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판매가격을 내린 것인데, 국내에서 강조한 미국 내 제값받기와 다른 모양새다.

  정몽구의 자동차 제값받기는 국내용?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는 23일 신형 쏘나타 미국 판매가격을 발표하면서 엔진 배기량 2.4ℓ 최고사양의 판매가를 3만1575달러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사양의 모델보다 152만 원 가량 비싸다.


현대차는 원화강세와 엔약세 등으로 가격경쟁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을 동시에 지키기 위해 제값받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이런 설명은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현대차 미국법인이 이날 발표한 엔진 배기량 2.4ℓ 모델 2015년형 쏘나타 최저가격은 2만1150달러다. 2014년형 기본 모델 가격 2만1450달러보다 300달러나 싸다. 밥 프라드진스키 미국 판매 담당 부사장은 쏘나타 판매가를 설명하면서 2015년형 쏘나타의 최저가 인하를 강조했다. 외신의 보도도 현대차가 쏘나타 가격을 낮췄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차가 이날 발표한 신형 쏘나타 판매가격을 보면 2.4ℓ 모델 기준 고급사양인 리미티드 테크 등급은 2014년형 3만 달러에서 2015년형 3만25달러로 25달러 인상했다. 사실상 동결한 셈이다.


게다가 현대차가 제값받기라고 내세운 모델은 리미티드 테크 위에 새롭게 추가한 리미티드 얼티메이트 등급(3만1575달러)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 등급의 2014년형 모델은 없다. 따라서 가격비교가 불가능해 값을 올렸다고 말할 수 없다.


현대차가 이렇게 국내 발표와 미국 현지 설명이 다른 것은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국내에서 비싸게 팔고 외국에서 싸게 파는 이중가격정책을 펴 왔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말 판매를 시작한 신형 쏘나타의 최저가를 45만 원 올렸다. 그런데 미국에서 오히려 30만 원가량 낮췄다. 한국 소비자들 입장에서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독점적 위치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미국 내 제값받기 전략을 홍보한 이유도 ‘소비자를 봉으로 안다’는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차값 인상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라는 얘기다.


미국 현지의 판매실태를 보면 현대차의 제값받기 전략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많다. 현대차도 이 때문에 고급사양의 가격은 높이고 대신 낮은사양의 가격은 낮추는 양동전략을 쓰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신형 쏘나타 역시 최저사양의 가격은 낮추고 고급사양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모델이 6종에서 8종으로 늘어났다. USA투데이는 이런 전략이 미국 중형차시장에서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포드 퓨전 등과 경쟁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쏘나타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것으로 알려진 '패밀리 세단' 부문에 속해 있다. 이 부문은 전체 미국 자동차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기업들과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기업들은 이 부문에서 새 차를 계속 내놓고 있다. 특히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엔약세를 기반으로 공격적 가격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도요타 캠리는 미국 중형차시장 1위로 지난해 총 40만8484대가 팔렸다. 그 뒤로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가 뒤를 이으며 3대 일본차가 미국 중형차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유럽자동차 역시 현지생산 모델을 투입하고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 부문을 공략 중이다. 폭스바겐 파사트와 크라이슬러 200 등 인지도가 높은 모델들도 가격을 낮추는 등 기업들의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현대차도 신형 쏘나타값을 낮췄다. 대신 고급형은 편의사양을 높여 가격을 인상했다. 점유율을 늘리면서도 가격인하에 따른 이미지 훼손을 막겠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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