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이 임금협상을 재개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사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지난해처럼 힘겨운 임금협상 과정이 예상된다.

16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노사는 15일부터 임금협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18일까지 매일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임금협상 연내 타결할까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왼쪽)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노사는 올해 안에 임금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연내 타결을 위해 성실히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도 “연내 타결에 대한 상호의지는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20년 만에 파업을 경험한 지난해 임금협상처럼 이번에도 우여곡절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권오갑 사장은 최근 현대중공업 자사주를 처분하고 임직원 급여를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백형록 신임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을 비판하고 강한 노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노사간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임금협상은 단순히 회사 상황뿐 아니라 조선업황과 노동계 현안까지 연관돼 있어 쉽게 결판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8일 열린 백 위원장 취임식에서도 두 사람의 입장차이가 드러났다.

백 위원장은 “회사가 전향적인 임금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또 다른 결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현재의 경영상황을 이해해 주고 열린 마음으로 임금협상에 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정병모 전 위원장이 임기를 끝내기 전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겠다며 협상에 나섰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회사는 차기 집행부와 논의하겠다며 2차 제시안을 거둬들였다. 결국 공은 신임 노조 집행부로 넘어왔다.

회사는 새 노조 집행부에게 정병모 전 위원장에게 내놓았던 2차 제시안을 그대로 제시했다. 기본급 2만3천 원(호봉승급분) 인상, 격려금 100%+150만 원 지급, 상여금 300% 기본급에 포함, 자격수당 인상 등이다.

이에 대해 노조도 기본급 12만7560원 인상 등을 요구하며 물러나지 않고 있어 임금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회사가 내놓은 안은 이미 임금협상을 타결한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임금협상 합의안과 비슷하다. 조선업황을 고려할 때 회사가 이보다 전향적인 안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노조도 회사 제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임단협에서 1차 협상안이 노조원 투표에서 부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