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과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난다.
두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계에서는 8일 김 사장과 이 사장이 물러나는 점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리스크를 고려한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재판부는 21일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최종 선고는 2021년 1월 말이나 2월 초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여부를 이 부회장의 양형요소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얼마나 준법경영 실천 의지를 보이느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재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준법경영 실천 의지를 보여줄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데 김태한 사장에 이어 이영호 사장도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준법경영과 관련한 어떤 논란도 줄일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임원들의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기도 하다.
검찰은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올해 9월 김태한 사장과 이영호 사장을 기소한 데 이어 10월 김태한 사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을 걸어 추가로 기소했다. 김태한 사장에 대해서는 2019년 5월 증거인멸 혐의로, 같은 해 7월 횡령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된 바 있다.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의 또 다른 피고인인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의 거취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치훈 의장마저 물러난다면 재판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최치훈 의장도 이영호 사장과 함께 기소됐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표이사, 임원, 보직 등 순서로 연말인사가 이뤄졌다”며 “이날은 대표이사 인사만 난 것이라 최치훈 의장의 인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국정농단 연루사건은 맞닿아 있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쟁점은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라는 묵시적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제공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등 경영권 승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받아들여지면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김태한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인멸에 관여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영호 사장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삼성물산을 제일모직에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부정거래행위 등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진 2015년 삼성물산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김태한 사장은 10년 가까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끌면서 위탁생산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사상 첫 매출 1조 원 달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올해 코로나19 위기에도 건설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각각 1%, 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호 사장이 취임한 2018년 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담당하며 핵심 사업부문으로써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에는 존 림 부사장이,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에는 오세철 플랜트사업부장 부사장이 내정됐다.
김태한 사장은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에 오른 지 10년 만에, 이영호 사장은 대표이사를 맡은 지 3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