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유럽시장에서 힘을 못쓰고 있다. 다른 경쟁회사들이 유럽 자동차시장 회복세에 발 맞춰 신차출시와 판매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차는 다소 소극적 판매전략을 펼친 탓에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i20 출시를 계기로 반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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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21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4월 유럽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01%줄어든 6만6772대를 팔았다. 브랜드별로 보면 현대차는 부진했고 기아차는 선전했다. 현대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1% 감소한 3만6789대에 그쳤다. 기아차는 3만1476대를 팔아 판매량이 6.6% 증가했다.
현대차의 유럽 판매부진은 올해 들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누적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6% 감소한 14만4556대였다. 시장점유율은 0.3% 포인트 감소한 3.1%였다.
유럽 자동차시장이 올해 초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현대차의 부진은 두드러졌다. 유럽 전체 승용차 판매량은 4월 전년 같은달 대비 4.2% 증가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누적판매량도 7.1% 늘었다.
현대차가 유럽 자동차시장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판매부진을 겪는 이유는 소극적 판매전략 때문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회에서 “최근 유럽시장이 살아난 것은 기업 간 판매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라면서도 “현대차는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무리한 판매확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 1분기 신형 제네시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올 하반기 유럽 주력모델이 출시되면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소형 해치백 i10을 내놓은 뒤 신차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내부에서도 판매량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 이 때문인지 현대차는 올해 들어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한 판매경쟁에서 다른 경쟁회사보다 덜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신형 제네시스와 유럽 전략차종 i20 등 신차출시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신차출시와 함께 현대차 판매전략도 더욱 공격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네시스와 i20는 각각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유럽시장을 겨냥한 야심작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대차의 유럽시장 공략은 두 신차 출시를 계기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신형 제네시스는 오는 6월 유럽시장에 출시된이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유럽 출장에서 “제네시스의 성공적 유럽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정 회장은 또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열린 신형 제네시스 발표 행사에서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 기술력의 총 집약체”라며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진출해 세계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한 포석이다. 신형 제네시스는 개발단계에서부터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자랑하는 주행능력을 따라잡는 것에 역점을 뒀다. 또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유럽시장에서 선보이는 최초 대형 세단 모델로 현대차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처음으로 유럽시장에서 대형 세단을 선보이는 만큼 무리한 진출보다는 시장안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 판매 전략지역을 독일 브랜드가 이미 고급 자동차시장을 선점한 서유럽이 아닌 동유럽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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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제네시스가 상반기 중 출시돼 실적 방어에 나서면 하반기에 i20가 출시되면서 현대차의 유럽시장 공략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소형 해치백 i20는 유럽 전략차종 i시리즈 모델 중 하나다. 정의선 부회장은 i시리즈 개발을 주도하면서 i시리즈는 ‘정의선의 작품’이라고도 불린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i30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맡을 정도로 i시리즈에 애착을 지니고 있다. 정 부회장은 i20 신차 출시를 앞두고 이달 중순 i20 생산 기지인 터키공장을 방문해 직접 신차 품질을 점검하기도 했다.
i20는 유럽 최대차급 B세그먼트(소형차) 부문을 겨냥하고 있어 현대차 유럽 판매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터키공장은 지난해 9월 생산능력을 10만 대에서 20만 대로 늘렸기 때문에 신차공급도 원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는 신차출시가 본격화하기 앞서 월드컵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월드컵과 연계한 마케팅을 펼친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시장에서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면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 지역에서 축구의 인기가 매우 높기 때문에 브라질 월드컵과 연계한 마케팅을 강화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