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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실패를 먹고 살아야 성공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사회적 기업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최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경영일선에 복귀한지 23일로 만 100일을 넘겼다.
‘움츠려야 멀리 뛴다’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 회장은 지난 100일 동안 숨 가쁜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공격적 속도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이 경영복귀 이후 성사한 대형 인수합병(M&A)만 해도 벌써 2건이다. 최 회장은 CJ헬로비전 인수를 결정한 데 이어 OCI머티리얼즈 지분도 사들이며 통신과 반도체사업의 지평을 넓혔다.
최 회장의 이런 경영행보 덕분에 SK그룹은 인수합병 시장에서 단연 '큰 손'으로 떠올랐다.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시나리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최 회장의 다음 시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 SK그룹 인수합병시장 ‘큰손’ 부상
SK그룹 지주사인 SK는 24일 OCI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소재기업이다.
최 회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반도체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최 회장은 ‘통신-반도체-에너지’를 삼각편대 삼아 SK그룹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OCI머티리얼즈는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등에서 수익성이 높은 알짜회사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117억 원, 영업이익은 264억 원으로 작은 편이지만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30%를 웃돌았다.
최 회장은 이처럼 수익성이 높은 회사를 경영권 프리미엄도 붙이지 않고 시가총액의 절반 수준인 5천억 여원에 사들여 SK그룹의 실익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OCI머티리얼즈 인수는 SK하이닉스와 반도체사업에서 시너지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반도체 사업의 지평을 한 뼘 더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1일 SK텔레콤을 통해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천억 원에 인수했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이통시장에 이어 유선통신, 알뜰폰시장까지 장악하면 그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통신과 반도체사업에서 대형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면서 다음 대상은 정유 등 에너지부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에너지부문은 그동안 최 회장의 경영공백에도 투자를 지속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3월 미국 오클라호마, 텍사스 소재의 셰일광구 2곳을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한 뒤 해외 셰일가스 광구를 추가로 인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SK종합화학이 최근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 3200억 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SK그룹은 최근 인수합병시장에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고 있다. SK는 지난 3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퍼져 주가가 급락했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경영복귀 이후 투자나 인수합병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SK그룹이 최근 인수합병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르자 이런저런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 퍼진 SK그룹의 LG전자 인수설도 대표적 사례다. 물론 SK그룹과 LG그룹 모두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SK그룹의 주력인 통신과 반도체에서 LG전자와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그럴 듯한 설명까지 덧붙여져 LG전자 인수설은 증권가에서 계속 떠돌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최근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안에 조선, 해운, 철강, 건설 등 4개 산업분야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합병시장에 큰 장이 설 경우 최 회장의 인수합병(M&A) 본능이 어디로 향할지 재계인사들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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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초청 전경련 회장단 만찬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힘받나
SK가 OCI머티리얼즈 인수주체로 나선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SK는 SKC&C와 SK가 합병해 지난 8월1일 통합법인으로 출범했다. 기존 SKC&C가 해온 ICT사업을 포함해 5대 신수종사업으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최 회장은 SK의 최대주주다. SK는 이번 인수를 통해 반도체 소재부문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SK의 이번 인수가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끝에 있다. SK하이닉스가 SK의 손자회사인 셈이어서 인수합병 등을 통한 사업확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
하이닉스는 SK그룹 매출 상위 4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여서 배당에서도 지주사에 대한 기여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최근 “SK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IT와 반도체부문을 키우기 위해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바꾸는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2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SK텔레콤을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으로 분할해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지주부문을 SK와 합병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과 SK가 자체 사업을 하고 있는 IT서비스 사업부문을 서로 바꾸는 시나리오다.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을 SK하이닉스홀딩스로 분리한 뒤 SK와 합병을 통해 SK-SK텔레콤, SK하이닉스의 2단계 구조로 개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시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