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판정 이후 투약받은 항체 치료제를 극찬하면서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국 제약사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항체 치료제의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어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왼쪽)과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
1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유한양행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셀트리온이 개발속도 면에서 한발 더 앞서 있다.
셀트리온은 9월부터 국내에서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10여 곳과 협력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관해 임상2·3상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8일에는 식약처로부터 CT-P59의 예방 임상3상시험 계획도 승인받으며 중등증, 경증, 예방 효능에 관해 전방위적으로 임상을 진행하며 항체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6일 열린 코리아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에서 "11월 말에는 임상2상을 끝내고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것이다"라며 "내년에 임상3상을 시작해 3~4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은 7월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항체 치료제의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라며 "제조원가와 개발비를 최대한으로 낮춰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어느 회사보다 저렴하게 치료제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항체 치료제의 가격이 수백 만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한양행은 현재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단계에 있으며 이른 시일 안에 전임상시험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5월부터 바이오기업 앱클론과 손잡고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항체치료제를 향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2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하에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REGN-COV2′를 투약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체치료제(REGN-COV2)뿐만 아니라 항바이러스제(렘데시비르), 스테로이드 제제(덱사메타손)도 투여했지만 항체 치료제를 여러 차례 극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의료진이 나에게 여러 치료제를 줬는데 리제네론의 치료제가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즉시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투여받은 항체 치료제를 향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파우치 소장은 8일 MSNBC와 인터뷰에서 "리제네론의 항체 치료제가 트럼프 대통령을 낫게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미국식품의약국 소속 과학자들이 항체 치료와 관련된 데이터를 좀 더 들여다본 뒤 긴급사용 승인을 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게이츠 창업자는 7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최고경영자(CEO) 협의회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투약한 항체 치료제가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고 보급되면 코로나19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리제네론은 7월부터 REGN-COV2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10월8일 미국 식품의약국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치료제 사용 승인을 받기 전 트럼프 대통령에 항체 치료제를 투여한 것을 놓고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아 치료효능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CNN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제네론을 극찬한 이후 리제네론의 주가가 급등했는데 2017년 대통령 취임 당시 정부윤리위원회 문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제네론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보도하면서 다른 의도가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항바이러스제와 스테로이드 제제를 포함한 면역질환 치료제는 중증 환자에만 처방되거나 코로나19로 나타나는 폐렴증상을 억제하는 역할에 그치는 반면 항체 치료제는 중증의 환자 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용대상이 넓다.
또 투약 즉시 체내에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치료제뿐만 아니라 환자와 밀접 접촉하는 의료진, 면역력이 취약한 고연령층 등 고위험군에게 백신이 나올 때까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효능도 기대되고 있다.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추출해 만든 치료약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