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흑석9구역과 11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 모두 디에이치를 내세워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흑석9구역과 11구역 재개발사업에 모두 관심을 두고 있다”며 “두 곳 모두에서 디에이치를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흑석9구역과 11구역 재개발사업에 모두 관심을 두는 곳은 현재로서는 현대건설뿐인 것으로 파악된다.
흑석9구역과 11구역 재개발사업은 공사비가 각각 4천억 원을 넘는 규모를 갖췄고 올해 마지막 서울 도시정비사업이라는 상징성도 지니고 있다.
시공사 선정시점도 올해 연말로 비슷할 가능성이 높아 대형건설사들도 한 곳에만 집중해 수주전을 치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박 사장은 두 곳 모두를 노리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박 사장은 디에이치를 적용한다면 흑석9구역과 11구역 재개발사업을 모두 따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에이치는 서울 강남에 있는 5개의 분양단지가 모두 최근 실거래가가 크게 치솟으며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박 사장으로서는 내부조직인 ‘브랜드협의회’를 직접 챙기며 디에이치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공을 들인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디에이치가 서울 강남이나 강남과 부동산 가격이 비슷한 지역에만 적용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흑석9구역과 11구역 조합원들도 디에이치 적용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박 사장이 흑석9구역, 11구역에서 디에이치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분양가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를 3.3㎡당 분양가 4천만 원 이상의 아파트에만 적용한다는 기준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는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는 흑석9구역과 11구역에서는 이 기준을 맞출 수 없을 것으로 도시정비업계는 보고 있다.
인근의 흑석3구역을 재개발해 지어진 GS건설의 ‘흑석 리버파크 자이’가 5월 3.3㎡당 평균 분양가 2813만원에 분양이 이뤄졌다는 점을 살피면 흑석9구역이나 11구역 분양이 2~3년 뒤에 이뤄지더라도 3.3㎡당 분양가 4천만 원을 맞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 사장이 분양가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으로는 후분양이 꼽힌다.
후분양을 제안하면 분양시점을 최대한 늦춰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에서 분양가는 공시지가와 공사비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재무 전문가인 박 사장은 2018년 현대건설 사장에 오른 뒤 현대건설을 건설업계에서 가장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한 회사로 만든 만큼 금융비용이 많이 드는 후분양을 제안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기준으로 순현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5조3천억 원이 넘는데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3조3천억 원보다도 많다.
다만 박 사장이 디에이치를 꺼내는 총력전을 펼치더라도 흑석9구역, 11구역을 모두 수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에는 GS건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박 사장은 올해 초 한남하이츠 재건축사업에서 디에이치를 꺼내고도 GS건설에 패배한 경험이 있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은 흑석11구역을 전략적 사업장으로 정하고 오래 전부터 공을 들이며 조합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은 한정된 인력과 자본을 어떻게 집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사례가 많다”며 “현대건설이 큰 조직을 갖추고 있고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기세도 좋지만 흑석9구역, 11구역 동시 수주를 노리는 것은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