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희귀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법원 판결로 16년 만에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15일 반도체 노동자인권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시신경척수염에 걸린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10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의 병이 산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A씨는 1997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 입사한 뒤 7년 만인 2004년 시신경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시신경척수염은 시신경이나 척수에 염증이 생겨 시력저하, 사지마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병인데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A씨는 2005년 퇴사한 뒤 2017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산재를 승인하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희귀질환의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사정, 산재보험 제도의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근무하던 당시 공장의 작업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공기를 타고 전체 공정의 유해물질이 순환된 점, 근무자들이 호흡용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일하는 사례가 많았던 점, A씨가 상당한 초과근무를 한 점 등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반올림은 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노동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관행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