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해 서울시 압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유동성 확보와 동시에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흔적도 지우게 되는 ‘일거양득’을 위해서라는 시선이 나온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송현동 부지 매각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4월 대한항공에 1조2천억 원 상당을 지원하면서 2조 원의 자본확충을 요구함에 따라 대한항공이 내세운 주요 자구안 가운데 하나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정책에 따라 매각이 어려워지게 되자 최근 알짜 사업부로 꼽히는 기내식 사업부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약 1조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7월 추진한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7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면서 채권단에서 요구한 2조 원대 자금을 넘어서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또 다른 자구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왕산레저개발 지분과 제주도 관사 등의 매각이 마무리되면 2천억 원 가까운 자금을 추가로 마련하게 된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은 최근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 매각을 방해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등 매각에 매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위기가 얼마나 더 계속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에도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너무나도 크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단에 지속해서 손을 벌릴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송현동 부지 매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대한항공의 추가 운영자금도 확보하고 결과적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흔적도 지우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을 통해 최근 정리하기로 한 사업 대부분이 조 전 부사장과 관련이 있는 사업들인데다가 송현동 부지는 조 전 부사장이 신규 호텔사업을 하기 위해 점찍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7성급 호텔을 송현동 부지에 건립하려다가 각종 법적 규제와 주변 학교의 학부모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한항공이 최근 매각하기로 한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도 조 전 부사장이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호텔 및 레저사업과 함께 관리했던 사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