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서울 시내면세점 진출의 각오를 다졌다.
서울 시내면세점 도전자 두산그룹이나 수성에 주력하는 롯데그룹의 경우 오너가 직접 나섰지만 그동안 정 부회장은 가급적 말을 아껴왔다.
일각에서 신세계그룹이 서울 시내면세점을 따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실패할 경우 받게 될 상처를 고려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는데 정 부회장은 서울 시내면세점에 강한 의지를 보여 이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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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정 부회장은 5일 저녁 속초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에서 열린 대졸 신입사원 1년차 연수캠프에서 “세계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비슷비슷한 면세점을 만들어선 안 된다”며 “오직 신세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어메이징’한 콘텐츠로 가득 찬 면세점을 선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해외 비즈니스맨들이 신세계 면세점에 방문했을 때 사업적 영감을 얻어갈 수준은 돼야 할 것”이라며 “국내 고객뿐 아니라 외국인 고객에게도 신세계가 만들면 항상 뭔가 새롭고 재미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정 부회장이 평소 추구하는 경영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신세계그룹은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백화점, 이마트, 프리미엄아울렛 등 기존 유통채널은 물론이고 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개발하고 있는 복합쇼핑몰과 면세사업에서 모두 신세계다움을 심어주자”고 당부했다.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관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신세계가 치열한 경쟁에서 일등을 차지하는 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룰을 만들어 시장을 선도하는 일류기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에서 직접 나서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가 전면에 나서 홍보전을 펼쳤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 시내면세점 경쟁에서 실패할 경우 정 부회장이 받을 상처가 감안한 것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그룹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정확히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정 부회장이 성영목 사장을 믿고 면세점 사업을 일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 내부행사에 면세점사업에 대해 의지를 보인 것은 시장에서 이번 시내면세점 경쟁에서 신세계그룹이 불리하다는 말이 퍼지면서 내부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너로서 면세점사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지니고 있는 만큼 경쟁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면세점 경쟁을 놓고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명동 본점을 면세점 후보로 내놓았지만 롯데면세점 소공점을 제치고 시내면세점을 따내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부산 시내면세점을 놓고 신세계그룹은 수성을 해야 하는 입장인데 패션그룹형지의 도전이 만만찮아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빠지지 않고 13회 연속 참석한 유일한 중견기업으로 박근혜 정부와 깊게 교감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면세점사업 자체를 지킬 수 있을지를 두고도 내부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신세계그룹이 내년에 열릴 신규면세점에 도전해야 할 지 모른다는 얘기가 벌써 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