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식을 향한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업황 둔화의 우려가 높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사업 편중을 극복하기 위해 비메모리반도체사업 육성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파운드리와 이미지센서, 반도체설계 등 비메모리 사업이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메모리 높은 의존도 약점 또 노출, 비메모리 성장 더 절실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20일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넘겨줬다.

SK하이닉스가 시총 2위에서 내려온 것은 2017년 1월 이후 3년7개월 만이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4.27%(3200원) 하락한 7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7월 서버용 D램(DDR4 16㎇) 가격은 72달러로 6월(78.8달러)보다 8.6% 하락했다. PC용 D램(DDR4 8㎇) 가격도 27달러로 6월(28.5달러)보다 5.3% 떨어졌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상반기 실적발표 이후 목표주가나 예상실적을 하향조정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7월 이후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는 5곳에 이르고 8월에만 4곳의 증권사가 실적 눈높이를 낮췄다.

여기에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더욱 강화하기로 해 화웨이 매출비중이 두 자릿수에 이르는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커졌다.

시장의 우려는 주가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종목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최근 주가 추이가 크게 다르다. 8월 들어 SK하이닉스는 13거래일 중 단 2거래일만 주가가 올라 하락세가 뚜렷했지만 삼성전자는 6거래일로 상승과 하락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메모리반도체 의존도가 이러한 투자심리 차이를 갈랐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기준으로 D램 매출비중이 73%, 낸드 매출비중이 24%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메모리업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하이닉스로서는 비메모리사업의 성과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단기적으로 메모리업황 둔화를 만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부침 없이 안정적 사업구조를 다져야 한다.

다행히 비메모리업황은 나쁘지 않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하고 있는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상반기에 코로나19가 무색한 좋은 실적을 거뒀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상반기 매출 3458억 원, 순이익 533억 원을 냈다. 2019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10.8%, 순이익은 84.0% 늘었다.

최근 8인치 파운드리업체 가동률이 100%에 이를 정도로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8인치 파운드리 단가가 올라가고 있다. 당분간 8인치 파운드리 업황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안에 중국 우시에서 파운드리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청주 M8 파운드리 라인을 순차적으로 우시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웄다.

현재 우시에서 시험(파일럿)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SK하이닉스 파운드리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키파운드리로 이름을 바꾼 매그나칩 파운드리사업부 투자성과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3월 미국, 대만 등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하는 키파운드리 인수 사모펀드에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했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으나 8인치 파운드리 업황이 호조인 만큼 향후 키파운드리와 여러 상승효과를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외에도 메모리 일변도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메모리 분야 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과 함께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 사이파이브에 710억 원을 투자했다. 사이파이브는 반도체 설계 기술을 판매하는 회사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영국 ARM의 경쟁사 중 한 곳으로 여겨진다.

비메모리사업의 또다른 한축인 이미지센서(CIS)사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한다. SK하이닉스 이미지센서 점유율은 2019년 2%대에서 2분기 3.4%까지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이미지센서 브랜드 ‘블랙펄’을 출범하고 올해 들어 픽셀 크기를 1.0㎛까지 줄인 이미지센서 제품을 출시했다. 하반기에는 0.8㎛ 크기에 4800만 화소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