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오너경영인의 강력한 추진력과 인맥 등 감점을 살려 국내 주요 기업과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 출시를 늘리고 있다.

상업자표시 신용카드 출시는 침체기에 접어든 국내 카드시장에서 현대카드 상품을 차별화하는 한편 빅데이터분야 신사업에서 협력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효과적 방법으로 꼽힌다.
 
정태영 현대카드 오너경영의 힘, '연합군' 확장해 카드업 위기 넘는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16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하반기에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 쏘카 등 제휴사와 협력해 개발한 상업자표시 신용카드가 순차적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는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제휴사와 상품 개발 단계부터 협력해 제휴업체 고객 특성에 맞춘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품 마케팅도 공동으로 진행하는 카드상품이다.

정 부회장은 수년 전부터 상업자표시 신용카드 출시 확대를 현대카드의 중요한 성장전략으로 삼고 직접 제휴사 대표와 만나 사업을 논의하며 협력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 현대카드와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계획한 기업은 이마트와 코스트코, 이베이코리아, 대한항공,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쏘카 등이다.

거의 모든 제휴사가 오프라인 유통과 온라인 유통, 항공과 커피전문점, 배달과 차량공유서비스 등 각 업종별 1위로 꼽히는 기업으로 현대카드에만 상업자표시 신용카드 출시에 협력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 제휴사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힘을 싣는 한편 사업협력을 위한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대형 제휴사를 대거 확보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 오너일가라는 점에서 인맥 등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다"며 "상업자표시 카드를 현대카드의 확실한 성장전략으로 앞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및 배달의민족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상대편 경영진과 몇 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눴고 박재욱 쏘카 대표를 만났을 때는 이틀에 걸쳐 시간을 함께 보냈다.

현대카드와 협력이 단순한 카드상품 출시에 그치지 않고 더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정 부회장이 직접 협업을 위한 논의를 주도한 셈이다.

정 부회장이 코로나19 사태와 핀테크시장 급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현대카드의 대응방안을 찾기 위해 외부 협력사를 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대출금리도 크게 낮아지면서 현대카드를 비롯한 카드회사가 카드결제 수수료와 대출이자 등 기존 주요 수익원에 의존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카드업체 전유물로 꼽히던 결제시장 주도권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앞세운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기업으로 점차 기울고 있는 상황도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카드회사들은 이런 상황에 대응해 그동안 사용자 결제정보를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를 데이터 분석과 가공, 판매 등 데이터분야 신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서고 있다.

정 부회장 역시 현대카드를 궁극적으로 데이터 전문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두고 데이터사업 육성에 힘을 실어 왔지만 경쟁 카드사와 방향성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 차별화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카드와 같이 소비생활과 밀접한 유통 및 생활플랫폼 분야 기업을 협력사로 확보하고 카드상품 개발 등을 위해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은 강력한 장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다양한 업종의 협력사가 보유한 고객 성향별 소비패턴과 소비자 동향 등 비금융분야 데이터를 현대카드 금융데이터와 결합하고 분석하면 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카드상품을 설계하면 소비자 수요를 더 정확하게 파악해 경쟁력 높은 신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고 데이터 분석 등 신사업에 활용하는 일도 유리해진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협력사와 상업자표시 신용카드 출시에 이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개발에도 협력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다양한 차원의 상품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들어 현대카드 브랜드가치를 강화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활발한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해 온 만큼 안정적 실적 기반과 성장성을 갖춰내는 일이 중요한 과제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오너경영인으로 장점을 살려 더 많은 제휴사를 확보하고 상업자표시 신용카드 출시와 데이터사업 확대에 좋은 성과를 낸다면 현대카드 상장에도 더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오너경영인 특성상 정 부회장이 카드업계에서 가장 오래 대표를 맡고 있는 최장수 CEO라는 점도 현대카드가 안고 있는 장점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설립 초기인 2003년부터 현재까지 18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