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준호 기자 junokong@businesspost.co.kr2020-07-02 13:38:25
확대축소
공유하기
SK바이오팜이 코스피시장에 입성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과 함께 '바이오주 대장주 삼국지'시대를 열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약 개발 위주의 SK바이오팜이 장기적으로 이들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
2일 SK바이오팜은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29.59% 급등한 12만7천 원에 장을 마감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다.
이에 앞서 SK바이오팜은 5월23과 24일 진행된 공모청약에서 323.02:1의 경쟁률을 보여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경쟁률뿐만 아니라 청약 증거금 30조9899억 원을 모집하며 2014년 제일모직이 세운 역대 최대 증거금(30조649억 원)을 넘어섰다.
SK바이오팜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이끌고 있는 대형 바이오회사 대열에 합류하면서 '바이오주 대장주 삼국지'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2일 종가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각각 52조 원, 41조6천억 원 규모다.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이 약 9조9천억 원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은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SK바이오팜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SK바이오팜의 잠재가치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눈앞의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은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에 투자하는 회사로 바이오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오랜 기간 할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며 "SK바이오팜이 이런 기준에 맞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의 '신약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 아래 1993년부터 바이오산업에 투자해왔다. 2007년 SK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때도 바이오사업은 직속조직으로 남겨두면서 SK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적극적 지원을 이어왔다.
현재 SK바이오팜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뇌전증 치료제와 수면장애 치료제 2종의 혁신 신약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SK바이오팜의 성장성이 높은 평가를 받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은 미국식품의약국의 신약 허가로 바이오텍의 ‘죽음의 능선’을 통과한 만큼 투자자들은 상장 뒤 신약의 중장기 가치 증대와 기업가치의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SK바이오팜이 상장 전후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배경에 앞서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으로부터 얻은 학습효과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있다.
이 회사들의 주가는 상장 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국내 바이오사업의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입증했다.
일각에서는 SK바이오팜이 이들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2016년 11월10일 코스피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첫날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9조5277억 원을 보여 2일 SK바이오팜의 시가 총액(9조9458억 원)과 비슷한 규모로 마감했다.
상장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순위는 29위를 보였다. 2일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 순위는 27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이후 3년 반 동안 공모가 대비 500% 이상 오르며 7월2일 현재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상위 3위에 위치해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당 공모가는 13만6천 원이었는데 상장일 시초가는 이에 못 미치는 13만5천원 이었다. 종가는 시초가에서 6.67% 상승한 14만4천 원을 보였다. SK바이오팜의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종가는 시초가에서 29.59% 오른 것과 대비된다.
바이오산업이 미래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그동안 바이오사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우호적으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시각의 전환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가속화했다.
셀트리온은 2008년 8월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는데 당시 시가총액은 현재의 40분의 1 수준인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주가는 특히 올해 각각 84%, 74% 올랐다.
SK바이오팜은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과 달리 바이오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이 아니라 신약을 개발하고 있어 이들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신약은 특허기간이 있어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신약으로 시장에서 안정적 점유율을 확보한다면 바이오 복제약을 만드는 기업과 비교해 가파른 실적 증가가 가능하다.
다만 SK바이오팜을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과열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SK바이오팜 주가는 2일 공모가의 260%라는 최대 상승치를 보이며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를 넘어섰다.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SK바이오팜 목표주가로 각각 10만 원, 11만 원을 제시했다.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자금이 SK바이오팜에 몰리면서 가격 거품을 형성한다는 우려도 있다.
5월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 예탁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투자자 예탁금은 언제든지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자금으로 분류된다.
앞서 상장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 투자설명서에서 "미국 내 의약품 판매 경험이 없는 점, 제품이 미국 환자들과 의료진 등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 경쟁기업의 공격적인 약값 인하 리스크 등으로 예상보다 매출이 부진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병화 연구원은 "보통 상장 뒤 3~4개월이 지나면 (주가가) 기업실적에 걸맞는 자리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