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코로나19가 촉발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빠른 시일 내에 조직을 안정하고 앞으로의 변화와 위험에 철저히 대비하겠다”
권광석 우리은행 행장은 3월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별도의 취임식 없이 곧바로 업무를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권 행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고객신뢰 회복과 조직 안정화, 영업문화 혁신 등 내실 다지기에 더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30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권 행장은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제로 베이스에서 점검하고 개선해 고객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혁신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권 행장은 7월1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3월 말 임기를 시작한 만큼 2분기 우리은행을 이끌며 첫 시험대를 거친 셈이다.
권 행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코로나19에 대응해 수익성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에 경제위기가 가속화되며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0.25%포인트 낮췄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코로나19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금융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은행업 업황은 당분간 코로나19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에 따라 권 행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권 행장은 올해 3대 경영방침으로 고객신뢰 회복, 조직 안정, 영업문화 혁신을 꼽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 조직부터 영업문화까지 바닥부터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
권 행장은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과거의 틀과 관행은 모두 내려놓고 후배들에게 좋은 은행을 물려주기 위해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자”고 독려했다.
권 행장은 고객 수익률지표와 금융소비자 보호지표 등 고객지표를 전면에 내세우며 성과평가제도(KPI)를 고객 중심으로 개선하고 있다. 비이자수익, 고객자산 등 세부 지표에 관해서는 평가를 유보하고 코로나19 관련 상품을 취급하면 우대 점수를 부여했다.
직원 역량 강화와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내부 정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장 직속으로 미래금융디자인부를 신설하고 영업 현장의 의견을 모아 혁신과제를 새로 정립하고 있다. 특히 혁신과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은행 내 방송을 통해 임원진의 논의 과정을 모든 직원에게 공유하고 익명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의 찬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권 행장이 올해 3월24일 취임할 당시만 해도 우리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촉발된 불완전판매 등으로 고객들의 신뢰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권 행장은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자율배상을 시행하고 선지급을 결정하는 등 고객신뢰 회복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은행은 5월 말 기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자율배상을 95% 이상 완료하고 6월 라임펀드와 관련해서도 51% 선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더해 6월1일 '금융투자상품 리콜서비스'도 도입했다. 금융투자상품 리콜서비스는 금융투자상품 가입 때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다면 고객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주는 서비스다.
권 행장은 1988년 우리은행에 들어온 뒤 우리금융지주 회장실과 우리아메리카은행 워싱턴 영업본부장,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투자은행(IB) 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말 인사에서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로 선임됐다. 이후 새마을금고중앙회로 자리를 이동했고 2020년 3월 제52대 우리은행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은행장 임기는 1년이지만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