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보통신(IT)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통신사들이 5G통신, 인공지능기술 등을 바탕으로 기존 IT기업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혁신기술분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조직 구성과 문화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전환했지만 예전 공기업 때의 방만한 모습을 완전히 벗겨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KT는 2020년 3월 기준 계열사 43곳, 전체 임직원이 6만여 명에 이른다. 본사 직원 수만 해도 2만3천여 명 수준이다.
조직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변화에 대응하는 민첩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업무방식에도 공기업 문화가 남아있어 유연하고 발빠른 대처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어왔다.
구 사장은 11년 만에 나온 KT 내부 출신 대표로 선임 과정에서부터 내부사정을 잘 알아 방만하고 경직된 조직변화를 민첩하고 유연하게 이끌 적임자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구 사장 스스로도 3월 취임사에서 “KT그룹은 앞으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5G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다양성과 자율성이 존중되고 두려움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KT그룹만의 강력한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조직혁신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KT에 기동력과 유연함을 심기 위해 혁신 전담조직을 만들고 소통 행보를 강화하면서 조직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구 사장이 취임 직후인 4월 출범시킨 ‘BDO(Business Development&Operation)그룹’은 업무혁신을 위해 각 부문의 우수인재를 뽑아 만든 프로젝트형 조직이다.
BDO그룹은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 개발과 운영을 통합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하는 데 ‘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는 뜻이다.
구 사장은 BDO그룹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KT가 다가오는 변화를 주도하는 방법은 ‘고객발 자기혁신’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을 빠르고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BDO그룹은 20대 사원부터 40대 부장까지 모두 300여 명으로 꾸려졌다. KT는 BDO그룹을 특정된 하나의 조직으로 운영하지 않고 각 부서별로 투입해 영업방법과 상품개발의 혁신, 인공지능 바탕의 업무 효율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구 사장은 새 먹거리인 첨단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젊은 두뇌’가 활약할 수 있는 업무환경과 함께 기업문화도 젊게 바꿔야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KT는 26일 20~30대 직원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Y컬쳐팀’을 출범시켰다.
2030세대 직원들로 구성된 Y컬쳐팀은 최고경영진을 비롯한 시니어 직원과 주니어 직원들의 소통을 강화하고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회사 업무방식에 적용하는 데 주력한다.
구 사장은 취임 뒤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에만 그치지 않고 구 사장 스스로 직접 20대와 30대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듣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구 사장이 캐주얼하게 직원들과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편”이라며 “부문장 시절부터 소통하는 자리를 많이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1987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33년을 KT에서 일해왔다.
구 사장이 KT 민영화 뒤에도 꼬리표처럼 달고 있던 ‘낙하산인사’ 등 외풍 논란을 끊고 내부인사로 발탁된만큼 조직의 변화를 주도해야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그룹 안에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고 업무효율을 높이는 여러 방안들을 시도하고 적용하고 있다"며 “4월부터 각 부서에 배치된 혁신 전담조직인 BOD그룹이나 오늘 출범한 기업문화 전담팀 ‘Y컬쳐팀’이 새로운 색을 입히는 작업의 선두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