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이 동양의 경영권 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일까?
유진그룹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동양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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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
유진그룹 측은 단순한 투자 목적이라고 강조하지만 업계에서는 유진그룹이 동양 인수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과 함께 동양 보통주 327만6269주(지분율 1.37%)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보유한 동양 지분은 5.67%에서 7.04%로 증가했다.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은 8월 말부터 동양 주식을 처음 사들였다. 유진기업은 9월3일 동양 지분 4.06%를 매입하며 채권단 출자전환으로 지분이 분산돼 있는 동양의 단일 최대 주주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이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레미콘 사업에서 올린다는 점에서 유진이 동양의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지분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경쟁사 삼표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기업은 레미콘 공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강원, 영남, 호남 등에 골고루 레미콘 공장을 둔 동양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업계 1위 자리를 두고 삼표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진이 동양을 인수하게 되면 수도권 위주에서 지방으로까지 사업장을 확대하며 확실한 업계 선두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은 얼마전 삼표에 자회사 동양시멘트 지분 55%를 7900억 원에 파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삼표는 9월25일 매매대금 납입을 완료했다.
동양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1987억 원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1% 늘었다. 상반기에 영업이익은 24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69%나 급증했다.
삼표가 앞으로 동양의 지분을 놓고 유진그룹과 경쟁을 벌일지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표가 2년 전 동양의 충청권 레미콘 공장 9곳을 사들인 적이 있는 만큼 동양의 나머지 사업장에도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적은 지분으로도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는 동양의 현 지분 구조 역시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삼표가 레미콘업계 1위에 오를 가능성도 점친다.
삼표의 수도권 레미콘 출하량은 이미 유진기업과 대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진그룹의 동양 지분 매입이 삼표의 이런 도전에 따른 위기 의식의 표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